인도 아다니 그룹의 재생에너지 자회사 아다니 그린 에너지가 인도 남부 카무티 지역에 설치한 초대형 태양광 발전소. /아다니그린에너지

온갖 물가가 다 오른다 싶더니 이젠 탄소배출권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의 탄소배출권 12월물 선물(ICE ECX EUA) 가격은 8일 런던 거래소에서 톤당 52.17유로(약 7만1000원)로 마감했다. 이는 1년 전 톤당 22.82유로에서 2배 이상(129% 상승)이 한 것이다. EU와 미국 지역의 탄소배출권 가격을 종합해 추종하는 ‘크레인셰어즈 글로벌 카본 ETF(상장지수펀드·KRBN)’ 가격도 지난해 7월 말 상장 이후 10개월 만에 20.09달러에서 34.88달러로 74% 상승했다.

탄소배출권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6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각국이 기업에 할당해 온실 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방식(할당배출권)과 일반 기업이 먼저 온실 가스 감축 사업을 벌인 뒤 일정량의 탄소배출권(크레디트)을 생성하는 방식(상쇄배출권)이 있다. 이 권리를 거래하는 시장은 지난해에만 20% 성장해 2290억유로(약 311조원)까지 커졌다. 이 중 EU 시장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EU(유럽연합) 때문이다. EU는 최근 1990년 대비 40%로 설정했던 2030년 시점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55%로 대폭 끌어올렸다.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 대형 발전소나 철강 산업·광업 등 탄소 집약 산업 위주로 돼 있는 탄소배출권의 거래 범위를 해운업, 자동차 운수업, 일반 빌딩 난방 등으로 넓힐 것을 검토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탄소배출권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전문적으로 탄소배출권 장사를 해온 기업들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인도 아다니 그룹(Adani Group)의 재생에너지 자회사 주가는 인도 시장에서 지난 1년간 370% 상승했다. 이 회사는 2017년부터 인도 뭄바이에 태양광 발전소를 차려놓고 배출권 창출 사업을 해왔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도 수혜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탄소배출권 판매로만 16억달러(약 1조8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차보다 탄소배출권을 팔아 돈을 더 많이 벌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다만 주요 구매자였던 자동차 기업들이 대거 전기차 사업에 나서 자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면서 테슬라의 올해 탄소배출권 판매액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에선 휴켐스, 한솔홈데코 등이 탄소배출권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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