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과정에서 내가 떨어진 이유를 알면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될까. 또 날 떨어뜨린 기업은 과연 성의 있는 답변을 해줄까. 최기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채용절차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이후, 구직자와 기업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 이 법안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이 법안에 따르면 채용에 탈락한 구직자는 회사에 채용 불합격 사유를 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기업은 14일 이내에 이를 알려줘야 한다. 정부는 또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 매년 ‘불합격사유 고지(告知) 의무’ 이행 실태를 조사해 위반 기업의 명단도 공표해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유례(類例)를 찾기 힘든 ‘불합격 사유 고지 보장’ 법안이 나온 데는 이유가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취업 준비 경험이 있는 성인 65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93.2%가 “기업이 날 떨어뜨린 이유를 제대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최소한의 피드백이라도 받고 싶다’(35.2%), ‘분명한 탈락 사유를 확인해야 납득할 수 있다’(27.2%), ‘공정한 채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18.7%) 등이 꼽혔다. 극심한 청년 실업으로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가짐이 점점 더 절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기업 인사 담당자는 물론 구직자들 사이에도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일러스트=김영석

◇“취업 준비에 도움 될 실마리”

경력직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일부 대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채용 면접 불합격자에게 그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신입 직원과 달리 특정 경험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는 채용 과정이라 불합격 사유가 비교적 명확해서다. 예컨대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능숙하게 다룰 개발자가 필요한데, 지원자가 이 부분의 경험이 부족했다는 식이다. 한 IT(정보기술) 대기업 인사 담당자 A씨는 “개발자든 마케터든 경력직 채용의 불합격 사유는 대부분 특정한 경험 혹은 성격 문제”라며 “몇 년 전부터 ‘친절한 채용’이 강조되다 보니 일부 불합격자에겐 최종 면접자를 대상으로 탈락 사유를 에둘러 알려주곤 한다”고 했다.

문제는 신입 직원 채용이다. 이번 법안 제정의 출발점이다. 신입 채용은 지원자가 워낙 많고, 탈락 사유도 워낙 ‘경우의 수’가 많아 개별적 답변이 어렵다는 게 인사 담당자들의 반응이다. 예컨대 비슷한 탈락자라도, 면접 담당자에 따라 저평가(低評價) 사유가 다를 수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거의 모든 기업의 불합격 통지서 내용이 추상적이다. ‘경력과 면접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했으나, 뛰어난 역량과 경험을 갖췄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지원자로 인해 아쉽지만 불합격했다’는 말을 단어 몇 개씩 고쳐서 쓰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면접에서 어떤 대답이 불충분했는지, 학점·어학 점수가 부족한지, 학력이 부족한지, 구직자의 성격이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지, 사회생활·인턴 경험이 부족한지 등을 불합격 통지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한 취업 준비생은 “요즘엔 면접 과정에 AI(인공지능) 면접까지 추가된 터라 불합격 사유를 감도 잡지 못할 지경”이라며 “구체적인 답변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선을 위한 실마리라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실적 난관 커… 유용성도 적다”

구직자들이 바라는 ‘불합격 사유 통지’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인사 관리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하면서, 면접관에게 면접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하도록 요구하면 간단하게 피드백(응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현실적 문제가 크다. 우선 수백명이 넘는 구직자를 평가해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기업 입장에선 이 비용 때문에 서류 평가나 지필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해 면접 평가자 수를 줄이려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면접에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수 있는 지원자들이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이렇게 공들여 만든 기업의 피드백이 구직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의견이 나온다. 식품 대기업 인사 담당자 B씨는 “평가 점수가 우수했지만 정말 아쉽게 탈락한 구직자에겐 실제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줄 여지가 있지만, 낙제점을 받았던 지원자는 불합격 사유가 많아 피드백을 주기 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인성, 태도, 문제 해결 능력, 순발력 등 정성 평가를 토대로 불합격 사유로 답변을 줘야 하는 경우, SSAT(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나 SKCT(SK그룹 직무적성 검사) 같은 인적성 검사처럼 명쾌하게 피드백이 나오기 힘들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기업마다, 심지어 같은 기업 내에서도 사업부와 팀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제각각이라 어렵사리 보낸 피드백이 다른 회사 면접에서 도움이 될지 불확실하다. 구직자 입장에서 단점을 계속 지적받으면 자신감이 떨어져 오히려 향후 구직 활동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리학자인 아만다 임버 인벤티움 대표는 “상당수 심리학 실험 결과를 보면 면접 등의 피드백이 구직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많은 피드백이 ‘어떻게 개선할지’보다 ‘왜 못했는지’에 치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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