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는 “돈을 따라가라(follow the money)”는 명대사가 나온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영화다. 탐사 보도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해진 이 말은 경영 전략가들이 비즈니스 세계를 이끌어가는 힘(force)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종종 언급하는 말이다.
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확산세를 보면 바로 이런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ESG는 그리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ESG가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는 데는 기후변화 및 빈부 격차 가속화라는 이슈 외에 다음과 같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 ESG 관련 펀드의 규모는 2012년 500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4000억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속 가능 채권 및 대출 상품 규모도 50억달러에서 4000억달러로 80배 증가했다.
둘째, ESG 경영 전략이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맥킨지 조사 결과, 지속 가능성 제품 등으로 사업을 재구성하거나 ESG 투자를 함으로써 10~20% 더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들은 ESG 전략을 통해 충전식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등의 많은 고성장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5~10% 비용 절감도 달성하고 있다.
한마디로 ESG를 따라 돈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ESG가 선도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핵심 어젠다로 자리 잡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서구 기업들 중심이라는 점이 아쉽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유럽의 경우 전문 투자의 49~63%가 ESG 관련 펀드인데, 아시아는 아직 10% 미만이다.
서구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 ESG 경영을 하고 있을까. 환경(E) 영역에서는 호주의 텔스트라(Telstra) 등 통신사들이 에너지 사용량의 100%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사회(S) 영역에선 호주 광산업체 BHP가 대표적 예다. BHP는 매년 직원들의 참여 및 인식 조사 결과를 공시하며, 여성 임원의 비율을 매년 2%씩 늘리고, 여성 인력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배구조(G) 영역에선 네덜란드 통신사 KPN 등이 임원 보수와 ESG 가이드라인에 따른 성과를 연동시킨다. 임원 보수의 30%를 지속 가능성, 명성 및 사회적 영향 등의 요소를 반영해 책정키로 했다.
한국도 최근 ESG 트렌드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ESG를 CEO의 책임이 아닌, CFO 또는 전략팀장의 관리하에 두고 있어 아쉽다. ESG는 단순히 ‘옳은 일’이 아니라, 기업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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