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27)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양면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이며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오타니가 학창 시절부터 활용했다는 자기계발법이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만다라트(Mandarat) 기법’이다. 42년 전 일본의 한 경영 컨설턴트가 개발한 방법인데, 최근 이를 소개하는 책들도 잇따라 출간되면서 오타니의 성공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오타니 쇼헤이는 어떻게 그의 야구 성공을 시각화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타니의 성공에 이 기법이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일러스트=김영석

◇핵심 목표 1개마다 8개 실천 과제

만다라트 기법은 1979년 마쓰무라 야스오(松村寧雄) 클로버 경영연구소장이 고안한 사고(思考)법이다. 책으로 발간된 후 여러 일본 기업에서 경영 전략이나 업무 개선 등 아이디어를 내는 데 활용되어왔다. 199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일본에서 창조된(Created in Japan): 모방자에서 월드 클래스 혁신가가 되기까지’라는 책에 ‘일본 4대 브레인스토밍 기법’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고등학교 체육교사 출신의 하라다 다카시(原田隆史)는 만다라트 기법에 자기계발 요소를 강화해 2005년 ‘하라다 기법’을 만들었다. 일본 특유의 주입식 교육을 탈피해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교육 컨설턴트로 변신한 그는 책을 쓰고 유니클로와 기린맥주 같은 기업에서 강연하며 20여 년간 9만 명에게 하라다 기법을 가르쳤다. 이 중 한 사람이 오타니의 모교인 이와테현(縣) 하나마키히가시(花巻東) 고교 야구 코치 사사키 히로시였고, 그가 오타니에게 이 기법을 소개했다. 만다라트란 이름은 사용하는 도표가 불교화 양식인 ‘만다라’를 닮아서다.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연꽃(lotus blossom) 기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창안자의 이름을 따 ‘MY기법’ 또는 ‘하라다 기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가로세로 세 칸씩 구성된 아홉 칸 네모 상자 중 가운데 칸에 핵심 목표를 써넣고, 그 주변 여덟 칸에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를 적는다. 이 여덟 개 세부 목표를 다시 바깥에 있는 여덟 개의 가로세로 세 칸의 네모 상자 가운데 칸에 각각 옮겨 적은 다음, 각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주변 여덟 칸에 적는다. 이렇게 하면 총 64개의 실천 과제가 완성된다.

고교 시절 오타니는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핵심 목표로 적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여덟 가지 세부 목표로 ‘몸만들기, 제구, 구위, 멘털, 구속 160㎞/h, 변화구, 운(運), 인간성’을 정했다. 이어 각 세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 과제들로 표를 채웠다. 예를 들어 ‘운’을 높이려는 방법으로 ‘인사, 쓰레기 줍기, 방 청소, 물건을 소중히 쓰자, 심판을 대하는 태도, 긍정적 사고, 응원받는 사람이 되자, 책 읽기’ 등 여덟 가지를 적었다.

이 기법을 개발하고 전파해온 마쓰무라와 하라다씨는 “만다라트 기법은 목표와 달성 방법을 체계화하고 시각화하는 데 장점이 있으며, 인생의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다이어트로 10㎏ 감량하기’를 핵심 목표로 정했다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여덟 가지 세부 목표로 ‘식사관리, 체중관리, 운동습관, 기초대사, 체지방 감소, 생활습관 개선, 멘털 관리, 기타 실천법’을 정할 수 있다. 이어 각 세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실천 과제들을 채워 넣는다. 예를 들어 ‘식사관리’를 위한 실천 과제로 ‘목표 칼로리 정하기, 칼로리 기록하기, 물 2L 마시기, 규칙적인 식사, 야식 안 먹기, 야채 500그램 먹기, 당분 줄이기, 지방 섭취 줄이기’를 적는 식이다. 표를 완성한 후에는 64개 과제를 실행하며 실천 여부를 스스로 점검하면 된다.

◇“아무리 꼼꼼한 계획도 결국은 실천”

대부분 자기계발서는 공통점이 있다. 표현만 다를 뿐, 결국 ‘최대한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종이에 적고,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실천하라’고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만다라트 기법 역시 보통의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목표를 설정할 때 ‘나’만을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사회나 타인에 대한 관계도 고려하라고 조언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형의 목표 못지않게 무형의 목표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벤츠를 샀다’는 책을 쓴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는 “오타니의 인생계획표를 보면 ‘구속 160㎞ 달성, ‘릴리스 포인트 안정’ 같은 유형의 목표도 있지만, 감사, 배려, 사랑받는 사람 같은 무형의 목표도 많다”며 “야구 재능과 별개로 오타니가 지금처럼 사랑받는 선수가 된 데는 만다라트 기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만다라트 기법을 활용한다고 해서 모두 오타니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성공적인 삶을 위한 지혜가 만다라트 기법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어떤 자기계발법이든 믿음을 가지고 끈기 있게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최 교수는 “자기계발서들이 강조하는 내용 대부분은 사실 경영학에서 검증된 기업의 성공 법칙과 비슷해 잘만 하면 인생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헬스장에서 하루 운동했다고 갑자기 몸이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자기계발서 한 권 읽었다고 갑자기 인생이 달라질 리는 없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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