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과 일조량 변화가 바꿔 놓은 것은 인간의 생존 조건뿐만이 아니다. 와인을 만드는 데 쓰이는 포도의 품질도 변화하면서 와인 맛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국제와인거래소(Liv-ex)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와 이탈리아 피에몬테·투스카니, 프랑스 론(Rhone), 스페인 리오하 등 주요 와인 산지에서 생산된 와인의 평균 알코올 도수가 지구온난화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전 세계 1만7000여개의 와인을 추적 조사한 결과다. 예컨대 리오하에서 생산된 와인 도수는 1995년 평균 13.1% 정도였으나, 2018년에는 14.5%로 1.4%포인트 상승했다. 기온이 오르면 포도의 생육 조건이 좋아지면서 당도가 오르기 때문이다. 와인은 포도가 지닌 당을 효모가 분해해서 만들어지므로, 당분이 많을수록 알코올도 많이 생긴다.
이는 포도주의 신선한 느낌을 결정하는 산도(酸度)를 떨어뜨려 와인의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와인 만들기가 점점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서리와 이상 고온, 홍수 등 기상 이변으로 이어져 와인 생산에도 차질을 일으킨다. 프랑스 농무부는 “봄철 서리와 여름철 집중호우 피해로 올해 와인 생산량이 작년보다 24~30% 감소한 3260만~3560만 헥토리터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헥토리터는 100리터로, 표준사이즈 와인 133병 정도의 양이다.
세계 최대 와인 생산국인 이탈리아 역시 올해 생산량이 4400만~4700만 헥토리터로 전년보다 5~10%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농민단체 콜디레티는 “고온으로 인해 남부는 일주일 일찍 포도 수확이 시작됐고, 북부는 폭우로 열흘 정도 성장이 지연됐다”며 “올해 농업 분야에서 10억유로(약 1조3700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주요 와인 양조업체들은 수확 시기를 앞당기거나 포도 품종을 바꾸는 등 대책을 고심 중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기후변화는 이미 신종 코로나 대유행과 미국 관세와 씨름하는 와인 산업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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