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거래에 뛰어들어 적잖은 수익을 올린 햄스터가 있다. 수익률이 16%를 넘어 같은 기간 미국 S&P 500 지수 상승률 4%를 크게 앞질렀다. 인간들이 머리를 싸매고 뛰어들어도 어려운 ‘장’에서 이룩한 햄스터의 성공이 관심을 끌고 있다.
독일에 살며 가상 화폐 거래를 하고 있는 햄스터의 이름은 미스터 곡스(Mr. Goxx)다. ‘자칭’ 인간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도움으로 지난 6월 12일 원금 326유로(약 44만8000원)로 거래를 시작해 9월 29일 현재 54유로(약 7만4000원)를 벌었다. 수익률 16.6%다. 첫 달엔 -7.3%를 기록했으나 이내 플러스로 전환, 석 달 만에 고수익 투자자가 됐다. 취급 종목은 비트코인부터 도지코인, 칠리즈 등 30개다.
햄스터가 어떻게 가상 화폐를 사고파는 걸까. 파트너(인간 주인)들이 우리 안 햄스터가 밟을 만한 장치를 전선으로 연결해 명령어를 수행하게 한다. 구체적으로, 햄스터가 자주 이용하는 ‘인텐션 휠’이란 이름의 쳇바퀴는 30개 가상 화폐를 선택할 수 있는 룰렛과 같은 역할을 한다. 여기서 종목을 선택하고 매도 통로나 매수 통로를 지나면 거래가 이뤄진다. 이 우리가 ‘미니 컴퓨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거래가 이뤄지면 곡스는 트위터 계정에 즉각 내역을 공지하는데, 이 역시 자동으로 이뤄진다. 곡스가 거래용 우리에서 가상 화폐를 거래하는 장면은 모두 스트리밍으로 중계된다.
BBC에 따르면 곡스의 파트너들은 강사와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30대 독일 남성 2명이다. 이들은 “우리 세대 대부분이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다른 기회도 잡지 못한 채 돈을 가상 화폐 시장에 쏟아붓기만 한다”며 “햄스터가 인간보다 더 현명하게 투자할 수 있을지 농담하다가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햄스터 이름은 비트코인을 도난당해 망한 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투자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도 침팬지 루샤(2010년), 고양이 올랜도(2012년)처럼 동물이 주식 투자에서 전문가들을 무찌른 사례가 있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곡스가 가상 화폐로 수익을 거둔 데서 보듯, 동물이 무작위로 투자 종목을 선정해 성공하는 모습은 금융 투자가 얼마나 어렵고 불안정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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