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하면서 코로나가 할퀴고 간 ‘공유 오피스’ 업계가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워크는 2010년 설립 후 파죽지세로 성장하며, 9년 만에 기업 가치를 470억달러(약 55조원)까지 끌어올렸으나 2019년 상장 추진 과정에서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돼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기업 가치가 29억달러(약 3조4000억원)까지 급전직하했으나 이번 상장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대표 공유 오피스인 패스트파이브스파크플러스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 확장과 상장을 추진 중이다. 10조원(약 81억4000만달러) 규모의 전 세계 공유 오피스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것은 코로나로 공유 오피스의 가치가 재발견됐기 때문이다.

일러스트=김영석

◇공유 오피스, ‘거점 사무실’ 가치 부각

공유 오피스는 작년 상반기만 해도 숙박 및 항공, 여행업 등과 함께 대표적 코로나 타격 업종으로 꼽혔다. 상당수 직장인이 재택근무에 들어가고, 일부 기업은 영업을 중단하면서 도심 사무실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공간을 ‘공유’하는 사업 모델 자체가 코로나 방역 지침에 어긋난다는 우려도 컸다. 공유 오피스 전문 리서치 그룹 데스크매그가 유럽 공유 오피스 업체를 대상으로 작년 말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업체의 70% 이상이 팬데믹 후 매출이 줄었고, 매출 감소 폭은 30~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되고, 원격 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공유 오피스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집과 회사의 장점을 결합한 ‘거점(據點) 사무실’로서 공유 오피스의 가치가 부각된 것이다. 국내 공유 오피스 업계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는 직원 수 10~20명 미만의 스타트업과 중소 업체들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팬데믹 후 공유 오피스를 거점 사무실로 활용하려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이 크게 늘었다. 위워크코리아에 따르면 직원 50인 이상 기업 멤버 수는 2016년 55개에서 작년 1550개로 28배 이상 증가했다. 전국 38개 지점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에는 KT, 롯데칠성음료 등 대기업 직원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스타벅스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위워크의 멤버십을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지난 3월 글로벌 공유 오피스 업체 IWG와 업무 공간 협약을 맺는 등 공유 오피스를 원격 근무지로 활용하려는 국내외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청담동 '위워크 디자이너클럽점' 메인 라운지에서 입주 기업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위워크코리아

◇진화하는 공유 오피스

덕분에 공유 오피스 업체들의 경영 여건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공유 오피스 조사 기관 ‘코워킹 리소시스’에 따르면 전 세계 공유 오피스 이용자 증가율은 2019년 9.5%에서 작년 7.0%로 주춤한 뒤, 올해 26.8%로 껑충 뛰었다. 국내 양대(兩大) 업체인 위워크코리아와 패스트파이브의 작년 매출은 상반기 팬데믹 사태에도 각각 20%(765억→924억원), 43%(425억→607억원) 증가했다. 전망이 밝아지며 투자금도 몰리는 중이다. 위워크는 최근 글로벌 부동산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로부터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고, 국내 업체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도 각각 1000억원, 650억원가량 투자를 받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 업체들은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임대료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건물주와 수익을 나누는 사업 구조가 선호된다.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건물주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유 오피스 운영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공유 오피스 느낌의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직원이 많아지면서 사무실 조성을 부탁하는 기업도 부쩍 늘었다. 위워크코리아 관계자는 “호텔에서 하던 행사를 공유 오피스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며 “작년 대관 매출이 85%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패스트파이브가 공동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스파크플러스가 인재 검색 및 채용 광고를 지원하는 등 입주사 맞춤형 서비스 제공도 활발하다.

◇“너무 비싼 이용료… 업계 내 경쟁 치열”

감각적 인테리어, 각종 편의·부대시설, 뛰어난 접근성을 비롯해 계약 기간을 3~6개월 정도로 짧게 할 수 있고, 인력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점도 공유 오피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높은 비용이 치명적 단점이다. 임대료 외에 공간 운영 및 관리비와 업체 마진 등이 더해지다 보니 입주사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공유 오피스의 경우, 서울 기준 이용자 1명당 월 사용료가 40만~70만원에 달한다. 50만원으로 잡아도 20명 근무 시 매달 1000만원이 나가는 셈이다. 직원 수가 20명 가까이 되는 영상 콘텐츠 업체 대표는 “공유 오피스를 많이 알아봤는데 인기 지역인 서울 성수동 상가 임대 시세와 비교해도 1.5배 이상 비쌌다”며 “공유 오피스는 4~5명 미만 스타트업이나 자금 사정 넉넉한 대기업에나 적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수년 전부터 ‘임차인 우위’ 시장으로 자리 잡은 만큼 공유 오피스 업체들이 한정된 입주사를 두고 기존 건물주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 세빌스코리아는 “대형 빌딩이 자체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임차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합리적 가격에 얼마나 잘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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