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수십 배 더 성장한다.” “정점에 가까워졌다.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다.”

최근 1년 새 폭발적으로 커진 NFT(대체 불가능 토큰) 시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 4분기 들어 성장세가 둔화하며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NFT는 거래 내역이나 소유권이 블록체인에 기록돼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는 디지털 자산이다. 대부분 가상 화폐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거래된다.

가상 화폐 전문 매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시가총액 상위 20개 컬렉션의 전체 거래량은 8월 말 9만이더리움에서 11월 말 4000이더리움으로 3개월 만에 95% 급감했다. 각각 거래 당시 시가로 환산하면 약 3억달러(약 3500억원)에서 1600만달러(약 180억원)로 줄어든 것이다. 톱20 컬렉션의 시가총액도 두 달 만에 45% 날아갔다. 가상 화폐 뺨치는 고수익 투자 상품으로 열풍을 일으켜온 NFT 업계에 거품 붕괴를 예고하는 경고등이 켜진 걸까. 아니면 시장은 계속 팽창하게 될까.

◇희소성이 돈 되는 시장

현재는 주로 그림이나 영상, 게임 아이템이 NFT로 거래된다. 수량이 한정된 실물 축구 선수 카드를 갖고 싶다면 카드 발행사나 카드를 가진 다른 수집가에게 돈을 주고 사야 한다. 마찬가지로 NFT로 유일성을 획득한 디지털 아이템도 수량이 한정된 상태로 시장에 풀리기 때문에 수요가 생기고 시세가 형성된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미국 농구 스타 스테픈 커리가 18만달러에 사서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는 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BAYC) 컬렉션의 7990번째 작품(총 1만개)은 3일 기준 가격이 20만달러까지 올라갔다. 유인원이 갈색 체크무늬 정장을 입고 있는 디지털 그림 하나로 넉 달 만에 2만달러 수익을 올릴 기회를 만든 것이다.

실물로 존재하지도 않고, 누구나 컴퓨터로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를 돈을 주고 거래한다는 게 처음엔 농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가상 화폐 거래에 익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더니 유명인들까지 뛰어들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3분기 NFT 거래량은 107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8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380배 늘었다.

세계 최대 규모 NFT 거래소 오픈시의 지난해 3월 월간 이용자 수는 4000명 선에 불과했으나, 올해 8월 180만명으로 1년여 만에 450배가 됐다. 110만달러였던 이 회사의 월간 거래액도 34억달러로 ‘폭발’해 수수료로만 8500만달러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예술 작품을 주로 거래하는 수퍼레어도 지난달 거래액이 3100만달러를 넘어 최고를 기록했다.

작품 거래액 기록 경신도 속출했다. 수십억원대 거래가 심심찮게 발생하더니 지난 3월 NFT 미술가 비플의 작품 ‘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가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780억원)에 팔려 단일 작품 최고액 신기록이 세워졌다. 지난 10월엔 NFT 컬렉션 크립토펑크의 9998번째 작품이 5억3200만달러, 우리 돈으로 6200억원에 판매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가격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자전 거래’로 드러나 정식 거래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2년 내 투자자 10배 증가”

NFT업계는 “성장할 여지가 많이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하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 NFT 거래소 오픈시에 지분을 투자해왔던 일반 가상 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가상 화폐보다 산업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자체 NFT 거래 플랫폼을 출시하기로 했다. 가상 화폐 운용사 몬순 블록체인은 지난달 말 최초로 이더리움이 아니라 비트코인 기반의 NFT 거래 플랫폼을 내놓고 “2년 내에 NFT에 관심을 가질 가상 화폐 투자자가 최대 10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가 루크 랭고는 한 술 더 떠 “디지털 자산의 대상이 예술을 넘어 부동산, 장난감 등 분야로까지 다양하게 확대돼 장기적으로 NFT 시장이 실물 수집품 시장(3700억달러)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메타버스 게임 장르가 NFT를 성장시키는 지렛대가 될 거라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최근 등장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내 아이템 거래가 대부분 NFT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 3분기 NFT 거래의 4분의 1이 인게임 아이템 거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둔화 시작…“투기 수단 될까 우려”

반대로 “NFT 가격이 정점에 가까워졌으니 섣불리 투자해선 안 된다”며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올 3분기 이후 거래 자체가 줄고 있다. NFT 분석 업체 논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직전 7일 합계 거래 건수는 8월 13일 44만2806건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이달 12일 7만8902건까지 4달 만에 17.8%로 줄어들었다. 오픈시의 매출도 8월 34억달러에서 11월 23억달러까지 내려왔다.

투자은행 라보뱅크의 마이클 에브리는 “모든 자산이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상의 절정에 NFT가 있다”며 “젊은이들이 금융 거래에서 다이내믹하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해도 심히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CNBC에 말했다.

직접 NFT 컬렉션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가 개리 베이너척도 야후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수십 년 뒤 NFT는 모든 것에 쓰이는 평범한 기술이 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 탐욕과 수급 문제 때문에 곧 겨울(시장 침체)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 NFT 시장은 1990년대 IT 버블 때와 흐름이 유사하다. NFT의 98%는 가치를 잃고 사라지고, 나머지 2%만 몸값이 극단적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투자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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