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자 제품 중에서도 노트북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플라스틱을 비롯해 수은, 납, 크롬 등 중금속이 여러 부품에 많이 들어 있는 데다 수리하는 것보다 새 모델을 사는 게 더 저렴한 경우가 많아 다른 전자 제품보다 폐기물이 쉽게 나온다. 스페인 환경 단체 모시 어스(Mossy Earth)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노트북이 2억대 이상 팔리고, 유럽에서만 하루 16만대씩 버려진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탄소도 문제다. 전 세계 노트북의 70%는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이런 공장들이 일반적으로 석탄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 운송 과정의 탄소 배출량까지 합치면 노트북 한 대당 214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환경 단체는 추정한다.
그러자 글로벌 노트북 제조 업체들이 노트북 쓰레기와 탄소 줄이기에 나섰다. 세계 3대 노트북 생산 업체인 델은 최근 신형 노트북 ‘콘셉트 루나’를 발표했다. 나사 개수를 10분의 1로 줄여 부품 교체나 재조립을 쉽게 하고, 마더보드 크기를 75% 축소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알루미늄 섀시는 수력발전소 전력으로 만든 재료를 사용한다. 아직 시중 판매는 되지 않는 프로토 타입이지만, 상용화될 경우 탄소 배출량을 일반 노트북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델은 밝혔다. 마이클 델 회장은 “2030년까지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공급망과 운영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감축할 것”이라고 했다.
대만 컴퓨터 제조업체 에이서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아스파이어 베로 역시 재생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친환경 노트북으로 주목받았다. 재생 플라스틱을 30%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21% 절감한 모델이다. 에이서는 “앞으로 전 제품에 친환경 소재를 적극 사용하고, 2035년엔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활용과 자원 절약을 통해 자원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를 표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9년부터 맥북을 비롯해 아이폰, 애플와치 등 전 제품을 재활용 소재로 생산하는 등 방법으로 탄소 발자국을 430만톤 감축했다. 협력업체의 에너지 효율 개선 프로젝트에 1억달러를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삼성전자도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2025년까지 모든 모바일·가전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지난해 스마트 기기에 ‘탄소 저감 인증’을 받은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70만톤 감축한 바 있다. 한종희 부회장(DX 부문장)은 “앞으로 제품 생산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30배 늘리고, 제품 포장 단계와 폐기 단계에서도 친환경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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