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 마일리지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장기화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누적되는 마일리지 규모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 입장에서 미사용 마일리지는 골칫거리다. 통상 마일리지는 회계 장부에서 부채(이연 수익)로 인식한다. 팬데믹 사태로 경영 악화를 겪으며 부채 비율이 높아진 항공사는 미사용 마일리지가 늘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3분기 이연 수익은 총 3조4641억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2조9373억원)보다 18% 늘었다.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기 전에 마일리지 규모를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의 시장 가치가 아시아나항공보다 더 높아 통합 비율을 놓고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 항공사는 합병 전 고객들의 마일리지를 최대한 털어내기 위해 항공권 발권 이외의 사용처를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최근 이마트 매장에서 마일리지로 할인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마일리지 몰에서 1400마일을 차감하면 이마트 상품 1만원 할인권을 제공한다. 할인권은 최종 구매가가 7만원 이상일 경우에 한해 1일 1회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렇게 사용하면 마일리지당 가격이 7.1원 정도로 환산돼 소비자로선 가치가 무척 떨어진다. 어떻게 하면 코로나로 잠자고 있는 내 마일리지를 슬기롭게 쓸 수 있을지 WEEKLY BIZ가 정리해 봤다.

◇내년 제도 개편 전 발권이 유리

대한항공은 2023년 4월 1일부터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한다. 지역별로 5구간으로 나눴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운항 거리에 따라 11구간으로 바꾸고, 장거리 노선이나 프레스티지·일등석 이용 시 필요한 마일리지가 대폭 상향되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평시에 인천에서 뉴욕,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동부 도시를 프레스티지석으로 왕복 여행할 경우 종전에는 12만50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 후엔 18만마일이 필요하게 된다. 44%나 비싸지는 것이다. 원래는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소비자 반발로 유예 기간을 2년 두게 됐다.

따라서 마일리지 개편 전 항공권을 발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편안 시행일은 항공기 탑승일이 아니라 발권일 기준이기 때문에 2023년 3월 31일까지 항공권을 발권받으면 기존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출발일 361일 전부터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다. 따라서 2024년 3월에 탑승할 항공권까지는 예약만 하면 기존 마일리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항공기마다 마일리지 발권이 가능한 좌석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최대한 일찍 예약하는 것이 좋다. 팬데믹 상황으로 해외여행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긴 하지만, 마일리지 항공권은 탑승일부터 91일 이전에는 무료로 취소가 가능하다. 따라서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면 개편안 시행 전 예약해두는 게 이득이다.

마일리지로 발권받을 때는 최대한 장거리로 일반석보다는 프레스티지·일등석, 편도보다는 왕복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이 높다. 또 성수기에는 50% 할증되므로 가능한 성수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같은 구간 내에서도 운항 거리가 길수록 마일리지 효율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북미·유럽은 같은 마일리지(12만5000마일)가 공제되지만 북미, 그중에서도 미국 동부가 항공 운임료가 가장 높기 때문에 기왕이면 미국 동부를 가는 것이 유리하다. 인천~프랑크푸르트 프레스티지 왕복(459만5600원)의 1마일당 단가는 34.4원이지만, 인천~뉴욕 프레스티지 왕복(686만6000원)은 52.8원에 달한다. 또 마일리지 발권 시 유류 할증료와 제세금은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는 점도 알아두는 게 좋다. 같은 유럽이라도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유류할증료와 제세금이 29만5600원인 반면, 영국 런던은 54만6000원으로 두 배가량 비싸다.

◇통합 전 스타얼라이언스 활용도 대안

보유한 마일리지가 적어 항공권 발권이 어려울 경우 좌석 승급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팬데믹 이전엔 마일리지로 좌석 승급을 하면 ‘호구’라는 인식이 강했다. 대한항공은 같은 일반석이라도 예약 등급이 12가지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가장 비싼 세 등급만 마일리지로 좌석 승급이 가능하다. 이런 등급은 프레스티지석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결국 마일리지로 좌석 승급을 하면 효율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프레스티지석 가격이 대폭 뛰면서 좌석 승급의 효율이 나아지는 효과가 생겼다. 인천~프랑크푸르트 일반석 왕복(239만5600원)을 구입한 뒤, 추가로 8만마일을 사용해 프레스티지석으로 승급할 경우 1마일당 단가는 27.5원이 된다. 마일리지로 프레스티지석을 발권할 때(34.4원)보다는 효율이 떨어지지만, 7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므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지난달 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여행사 카운터가 텅 비어 있다. 항공사들은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장기화로 누적된 미사용 마일리지를 소진하기 위해 마일리지 사용처를 확대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대한항공이 작년 1월부터 새롭게 도입한 마일리지 복합 결제 서비스 ‘캐시 앤 마일즈’는 가치가 떨어지는 편이라 추천하지 않는다. 항공권 구매 시 최소 500마일부터 항공 운임(유류 할증료 및 제세금 제외)의 20% 이내에서 원하는 만큼 마일리지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인데, 1마일당 단가가 매우 떨어진다. 특히 장거리일수록 더 효율이 좋지 않다. 예컨대 인천~프랑크푸르트의 가장 저렴한 일반석(134만5600원)을 예매하면서 1만마일을 복합 결제할 경우 1마일당 단가는 10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마일리지가 애매하게 남아 항공권 발권이나 좌석 승급이 불가능할 경우에 한해 캐시 앤 마일즈를 활용하는 게 낫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통합되면 항공 동맹인 스타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게 되기 때문에 통합 전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를 이용해 마일리지를 소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타얼라이언스에는 전일본공수, 루프트한자, 타이항공 등이 소속돼 있다. 특히 설이나 추석 명절 기간 발권에 유리하다. 한국은 성수기라서 마일리지 공제가 50% 할증되지만,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다른 항공사는 할증이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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