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에도 한국 금융사들은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과 비교하면 건전성은 오히려 훨씬 높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주요 금융그룹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되었는데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하락했다. 금융사들이 사업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올해는 한국 금융사들의 주주 가치 경쟁에서 결정적인 시기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를 보면 위기가 끝난 후 10년간 금융사 간 성과 격차가 점차 확대됐는데, 성과 격차의 약 60%는 최초 2년 안에 결정됐다. 이번에도 한국 금융업계는 향후 약 5년간 새로운 시대, 즉, 성장 대격차의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금융 기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재무제표를 뛰어넘는 성장을 추구하는 효율적인 경제성 모델이다. 대체로 밸류에이션(valuation)이 높은 금융 기관은 차별화된 경제성 모델을 갖고 있다. 밸류에이션이 높은 금융 기관은 수익의 최대 70%가 발행 및 유동화(origination & distribution·OTD)에서 창출되는데, 이는 일반 은행이 40~50%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고객과의 교류에 있어 디지털 채널 활용도 또한 일반 은행 대비 2~3배 높다. 한국 금융이 점차 OTD 모델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것이라는 점에서 금융사들은 지불, 자산 관리, 무역 금융 등 전 사업에 걸쳐 융자 기반의 사업 비율을 확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 기술과 인재를 활용한 지속적 혁신 추구와 신속한 시장 진출 전략 수립이다. 한국 금융업계는 은행보다는 IT 기업과 비슷하게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이는 금융사들이 혁신을 보다 빨리 소화해 내야 한다는 분명한 시그널이기도 하다. 한국 금융업계에서 애자일(agile·민첩성)과 데브옵스(DevOps·소프트웨어 개발 및 운영)가 이미 화두로 떠올랐지만, 두 개념을 적용하는 데 있어 단편적이고 일관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금융사들은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두 개념을 확장 적용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셋째,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내재된 고객 오너십이다. 성공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변화를 위해 세 단계의 준비 과정을 거친다. 우선, 고객 유치를 위해 관련성이 높은 고객 니즈를 충족시킨다. 다음으로 하나의 생태계로 고객을 끌어들여 여타 서비스와 연계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맞춘 분석적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몇몇 국내 은행은 이미 금융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 사업은 승자 독식 구조다. 새로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진화하는 고객 니즈에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간편화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해 디지털 마케팅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위기 직후 성장을 위한 과감한 시도를 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거뒀다. 한국 금융사들은 다가올 몇 년을 전략적 의사 결정과 과감한 실행을 위한 ‘황금기’로 삼아야 한다.

셈연 야코블레브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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