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 종료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

최근 미국 주요 도시의 아파트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임대료 인상과 퇴거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세입자 조합이 결성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 아파트의 월평균 임대료는 1877달러(약 224만7000원)로, 1년 전(1645달러)보다 14.1% 상승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월평균 임대료가 전년보다 39.9% 오른 2290달러(약 274만1400원)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작년 연말 대부분의 주(州) 정부가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사태로 집세를 연체한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한 세입자 퇴거 유예 조치를 종료하면서 수백만 가구가 퇴거 위기에 처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에 나앉게 생긴 세입자들은 조합을 결성해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시민단체 대중민주주의센터(DPC) 주택 캠페인 책임자 케이티 골드스타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팬데믹 기간 동안 수백개의 새로운 세입자 조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세입자 조합은 집주인에게 건물 개선이나 퇴거 유예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는 일부터 공개 시위 개최, 임대료 파업 운동 등을 벌인다. 규모가 커질 경우 주정부와 직접 교섭을 시도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세입자 조합은 건물 단위로 결성되지만, 최근에는 다른 건물이라도 소유주가 같은 세입자를 통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 중인 ‘베리타스 세입자 조합’은 부동산 개발투자회사 베리타스 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250개 아파트 세입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 조합원 중 일부는 베리타스의 임대료 인상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임대료 구제 신청 파업 운동을 벌였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저소득 세입자가 연체 임대료 구제를 신청하면 집주인에게 누적 연체 임대료를 환급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 파업으로 베리타스는 570만달러(약 68억3100만원)에 달하는 누적 임대료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베리타스는 캘리포니아주가 허용하는 2022년 연간 임대료 인상률 2.3%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세입자 조합은 노동조합과 달리 법적 지위가 없기 때문에 교섭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선 세입자 조합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애런 페스킨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은 거주가구 절반 이상이 서명하면 공식적으로 세입자 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했다. 세입자 조합이 결성되면 집주인은 최소 3개월에 한 번 조합과 만나 세입자의 우려 사항에 대해 성실한 협의를 해야 한다.

이 협의를 거부하면 시 임대료 위원회는 집주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강제할 수 있다. 임대인 단체인 샌프란시스코 아파트 협회의 찰리 고스 매니저는 “이 법안으로 세입자들이 협상이 불가능한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고 오해할까봐 우려된다”며 “모든 연체 임대료를 면제해 달라는 세입자 조합의 요구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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