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이변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아침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들을 한데 묶은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등장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ETF 전문 운용사 디렉시온은 커피, 오렌지주스, 밀, 돼지고기의 선물(先物) 가격을 따르는 ‘디렉시온 조식 상품 전략(Direxion Breakfast Commodities Strategy) ETF’를 내놓을 예정이다. 서구권에서 아침에 자주 먹는 음식(빵, 베이컨 등) 재료인 동시에 전 세계에 걸쳐 가장 보편적으로 소비되는 농축산물을 묶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해당 상품을 검토 후 승인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조식 ETF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홍수, 가뭄, 한파 등의 자연 재해로 주요 농산물 작황이 악화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작년 평균 식량가격지수는 125.7로 2011년(131.9)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20년(98.1)과 비교하면 28.1%나 상승했다. 주요 작물별로 보면 브라질산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76%나 상승했고, 캐나다산 노란 완두콩은 85%, 벨기에산 감자는 180%나 뛰었다. 브라질에서는 서리가 내리고, 벨기에에서는 대형 홍수가 났으며 캐나다에서는 이상 고온이 나타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미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충 번식으로 오렌지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최대 오렌지 산지인 플로리다주(州)의 올해 수확량이 4450만상자(상자당 40.8kg)에 그쳐 1945년 이후 76년 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냉동 농축 오렌지 주스의 선물 가격은 팬데믹 이전보다 50% 이상 비싼 파운드당 1.5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환경연구소는 “기후변화가 농업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일부 국가가 농산물을 비축하거나 무역 제재로 활용한다면 위기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산물을 비롯해 각종 원자재 가격을 따르는 ETF는 많지만, 아침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로 상품을 구성한 ETF는 디렉시온의 조식 ETF가 처음이다.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이 포함된 유일한 ETF이기도 하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달러로 거래되는 농산물의 특성상 통화 긴축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점, 라니냐(동태평양 적도 지역 저수온 현상) 등 일시적 이상 기후는 조만간 해소될 수 있다는 점 등은 감안해야 한다. NH투자증권 황병진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동반하지 않는 한 농산물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라니냐가 2분기 들어 소멸할 가능성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도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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