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증시는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사태가 터진 후 가장 가파르게 급락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S&P500 지수는 연초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가인 작년 11월 19일(1만6057)과 비교해 17% 빠졌다. 1월 말부터 주요 기업들이 견고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이렇게 증시가 출렁이는 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투자 심리가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달 열린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3월 첫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15년 시작된 금리 인상기와 비교해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크다”며 금리 인상 빈도와 폭이 예전보다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제로(0) 금리’의 힘으로 상승한 미 증시에 금리 인상은 악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금리 인상기마다 미국 증시는 의외로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 자문 회사 트루이스트에 따르면 1950년 이후 12차례 연준의 금리 인상기 동안 S&P500은 연평균 9%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금리 인상기는 석유 파동으로 경기 침체가 심각했던 1972~1974년(-8.6%) 단 한 차례였다.

◇단기 폭락 후 우상향

가장 최근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2015~2018년에도 S&P500은 연평균 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자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7~2008년 10차례에 걸쳐 제로 금리(0.0~0.25%)로 낮췄다. 이후 2014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대규모 양적 완화(QE)로 경기가 개선되자 2015년 6월 연준은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금리 인상 예고 후 미국 증시는 중국 증시가 붕괴한 8~9월을 제외하고는 박스권에서 횡보하다 같은 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급락하기 시작했다. 금리를 처음 인상한 12월 중순부터 2016년 2월 중순까지 S&P500은 12% 하락했고, 나스닥은 16% 급락했다.

다만 두 달 간의 단기 폭락장을 끝으로 미국 증시는 큰 조정 없이 상승세를 탔다. 같은 해 12월 연준은 다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으나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2016년 S&P500은 2월 저점 대비 22%, 나스닥은 26% 상승 마감했다. 이후 연준은 2017년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하고, 10월부터는 양적 긴축(QT)도 실시했지만 이때도 폭락장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그동안 양적 완화를 통해 사들인 국채 등의 자산을 매각하는 것으로, 금리 인상보다 더 직접적인 유동성 회수 방식이다.

물론 굴곡도 있었다. 2018년 연준이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2.25%까지 인상하는 동시에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자 하반기 나스닥이 2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 전체(2015년 12월~2018년 12월)로 보면 나스닥 상승률은 31%에 달했다.

이런 과거 사례에 비춰 월가에선 올해도 미국 증시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월가 투자 전략가들의 올해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는 4982로, 현재보다 11% 높다. 작년 종가(4766)와 비교해도 4.5% 높은 수치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고객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금리 인상과 기업 이익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지나치다”며 “최근 위험 자산의 하락은 과도한 것으로 보이며, 조정의 마지막 단계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풀러애셋매니지먼트의 로런스 풀러 대표는 “금리 인상기의 첫해는 주식시장이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최근 같은 하락장에선 선별적으로 저가 매수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기 연평균 S&P500 수익률

◇”이번엔 다르다” 반박도

다만 이번 금리 인상기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이전 금리 인상기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현재 S&P500의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37.04배로 2015년 12월(26.23배)보다 41% 높다. CAPE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10년 평균 주가수익비율로, 배수가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투자은행 바클리의 마니시 데스파네 미국주식전략 대표는 고객 노트에서 “역사적으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기업들이 강한 실적을 내면서 주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다”면서도 “이번엔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도 여전히 높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연준이 나서 자산 가격을 떠받쳐주던 이른바 ‘연준 풋’ 역시 이번엔 기대하기 어렵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 하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이듬해 1월 연준은 기준 금리 동결을 선언해 금융시장을 진정시킨 바 있다. 투자 자문사 에버코어 ISI의 줄리앤 이매뉴얼 전략가는 이번 금리 인상기에 연준 풋이 발동되려면 S&P500이 최근 고점에서 24%는 하락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레이엄 세커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준은 (주가 하락에) 눈도 깜박이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은 시장이 감당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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