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이 시작된 이후 전 세계 공장은 일본,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1960년대 시작된 전 세계 제조업의 공장 해외 이전 추세를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최대한 인건비를 줄이고 수익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으로서는 낮은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 거대한 시장을 갖춘 중국은 그야말로 최적 조건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중국이 선전을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한 지 벌써 40년, 재개방을 선언한 1992년 이후로 따져도 30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여전히 중국은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지 않고 있다. 자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려는 움직임이 일부 있지만, 글로벌 공급 체인에서 중국의 위상은 앞으로 10년 뒤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렇게 오래 세계의 공장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타국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가 1차적 이유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모든 국가는 산업화 과정에서 인구가 산업도시로 몰리고, 경제 발전과 함께 주거비 및 생활비가 급등하면서 인건비가 오르는 과정을 겪는다. 그러면서 제조업 기지로서 경쟁력을 차츰 상실하게 된다.

중국에서 이런 현상이 더디게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후커우(戶口·호적)’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자신이 태어난 지역에서 후커우를 얻고 자신의 후커우가 아닌 곳에선 주거·의료·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혜택이 제외된다. 이 때문에 산업도시 공장으로 이주해 일하더라도 영원히 눌러 살기는 어렵다. 이처럼 농촌 출신으로 도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농민공(農民工)이라 하는데,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들은 기숙사를 마련해 노동자를 손쉽게 관리·통제하고, 숙소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낮은 임금을 제공한다.

중국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의 한 건설 현장에서 농민공 근로자 2명이 바닥에 쪼그려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도농(都農) 격차가 확대되면서 도시로 몰려온 농민공 수가 2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 농민공 문제는 차세대 중국 지도부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로이터

이렇게 타지에서 돈을 벌어 고향으로 송금하는 농민공 덕분에 중국은 일반적인 이머징 국가보다 훨씬 저렴한 임금의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구조다. 한 나라 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만들고, 자국민을 마치 외국인 노동자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즉 거주·이전의 제한이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고 중국을 장기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후커우 제도 완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규모 산업도시까지 완화되려면 앞으로 갈 길이 매우 멀다. 그러므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굴러가는 모습을 당분간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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