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 우려에 휩싸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각종 토목 사업과 보조금 지원이 늘면서 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액 증가로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역수지마저 최근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무역수지는 48억9000만달러(약 5조8500억원) 적자를 기록해 작년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2개월 연속 무역 적자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이기도 하다.
재정 및 경상 수지 적자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정부가 국채 등을 발행해 마련한 자금을 시중에 풀면 재정 적자가 나더라도 투자와 소비가 촉진되면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경상수지 역시 국내 경기 회복으로 수입이 증가해 적자가 난 것이라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외국인 배당이 집중되는 매년 4월에는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과 무관하게 경상수지가 종종 적자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여건을 볼 때 현재 한국 경제에 나타나는 쌍둥이 적자 위협을 긍정적이거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정수지의 경우, 잇단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어느덧 만성적 적자 단계에 접어들었다. 더욱이 올해는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추가 지출까지 예정돼 있어서 계속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재정적자 규모는 작년 22조원에서 올해는 최소 70조원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8년 35.9%에서 올해는 50%대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자랑 중 하나였던 ‘낮은 국가채무’가 급속히 퇴색하는 셈이다.
작년 4분기 내내 감소세를 보인 경상수지는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가격 급등세로 무역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경상수지도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건전한 재정과 탄탄한 무역 흑자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경우 외환·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쌍둥이 적자에 따른 대외 및 정부 부채 증가와 외환보유고 감소, 국가 신인도 하락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주가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GDP 구성요소상 지금처럼 정부 지출이 계속 늘면 재정수지는 물론 경상수지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재정 건정성과 외환 관리를 포함해 거시경제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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