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열풍과 온라인 매매 플랫폼 증가 등에 힘입어 중고거래 시장을 의미하는 ‘리커머스(Recommerce)’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인 스레드업(Thred up)에 따르면 2018년 240억달러(약 28조7000억원)였던 글로벌 중고거래 규모는 작년 360억달러(약 43조원)로 3년 사이 50%나 증가했다. 2025년에는 770억달러(약 9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신세계와 롯데가 중고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와 중고나라에 작년 이후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도 이러한 성장세를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리커머스 산업이 떠오르는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 확산을 꼽는다. 각종 물품이 빠르게 대량으로 만들어진 뒤 쉽게 버려지는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는 모습에 소비자들이 반감을 갖게 됐고, 중고 물품 구매가 친환경적인 ‘가치 소비’로 각광받게 됐다는 것이다.
스레드업에 따르면 새 옷을 사면 헌 옷을 사는 것보다 5.7배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65.4배 많은 물을 쓰게 된다. 작년 중고거래 사이트 헬로마켓이 국내 소비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79%)이 “환경 보호 및 자원 재활용을 위해 중고거래 서비스를 적극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화된 리커머스 플랫폼이 다수 등장하면서 중고 제품에 대한 불신과 거래의 불편함이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다. 한국투자증권 김명주 연구원은 “최근 국내외 리커머스 플랫폼들은 상품을 직매입하거나 위탁 서비스를 제공해 상품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며 “플랫폼의 자체 택배 서비스 및 결제 시스템 도입도 거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 명품이나 운동화 등 일부 상품에서 리셀(재판매) 재테크가 각광받는 점, 특색 있는 중고 제품을 발굴해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MZ세대의 소비 문화가 확산된 점도 리커머스 시장 성장에 일조했다. 사물인터넷 업체 에브리싱(Everything)의 니얼 머피 CEO(최고경영자)는 포브스에 “이제는 젊은 층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서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중고거래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난 50년간 브랜드와 소비자 간 관계가 항상 ‘새로운 것’에 관한 것이었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큰 변화”라고 말했다.
리커머스 산업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유망 업종으로 꼽히지만, 국내외 주요 업체들이 아직 광고 노출 외에 뚜렷한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해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대목은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스레드업과 세계 최대 중고명품 플랫폼 리얼리얼은 2020년 각각 560억원, 2070억원의 적자를 냈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도 같은 해 각각 134억원, 1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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