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비상이다. 지난 1월 한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6%였고, 미국은 7.5%였다. 그러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등 돈줄 고삐 죄기에 나섰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길래 이렇게 난리일까.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버스 요금, 짜장면 값, 월급 등이 모두 오른다. 이렇게 물가가 오르면 먼저 메뉴 비용이 발생한다. 메뉴판에 인쇄된 ‘짜장면 5000원’을 ‘6000원’으로 바꾸는 비용이다. 그 많은 품목과 매장 수를 감안하면 이런 메뉴 비용도 적지 않기는 하지만, 전체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인플레이션의 진짜 문제는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증가시켜 경제 격차를 늘린다는 데 있다. 인플레이션이 10% 발생할 때 버스 요금, 짜장면 값, 월급이 모두 10%씩 오르면 사실 별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물가는 절대 이런 식으로 오르지 않는다. 물가가 평균 10% 오르면 버스⋅짜장면은 15% 정도 오르고 연봉은 5% 정도만 오른다. 연봉 계약은 많아야 1년에 한 번 이루어지므로 인플레이션이 연봉에 제때 반영되지 못한다. 물가상승분을 전부 임금에 반영해주는 고용주도 드물다.
임금이 인플레이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근로소득자는 겉으로는 연봉이 올랐지만 물가는 그보다 더 올라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연금소득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정해진 월급, 연금을 받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손해를 입힌다. 반면 월급을 주는 사람은 그만큼 이익을 얻는다. 근로자에게서 사업가⋅자본가로 소득이 이전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은행 예금 이자도 절대 물가상승률만큼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열심히 돈을 모아 저축을 한 사람 역시 인플레이션 때 돈을 잃는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손해를 보고,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은 이득을 본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아 저축하고 빚을 지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인플레이션은 바로 그런 사람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만든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주로 두 가지다. 정부가 돈을 찍어서 돈을 나누어주는 경우, 생산성 증가 없이 임금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경우다. 요즘 정치인들은 정부가 돈을 찍어 나누어주고, 임금을 그냥 올려주겠다고 꼬드긴다. 국민 모두에게 좋을 것 같지만, 경제학자들이 이런 정책에 찬성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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