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긴장과 금리 인상 공포로 증시 변동성이 극심한 요즘, 월가 큰손들이 주목하라고 강조하는 경제 지표가 있다. 바로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일드 커브·yield curve)’이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CNBC에 “채권시장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때”라며 “(연준의 정책) 변화기 전에는 채권시장과 수익률 곡선이 경제학자 100명 중 95명보다 경제 트렌드를 훨씬 잘 예측한다”고 했다.
수익률 곡선은 채권 금리를 만기별로 점을 찍은 뒤 연결한 그래프를 뜻한다. X축이 만기, Y축이 수익률을 나타낸다. 만기가 길수록 채권을 보유하는 리스크가 커지므로 통상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보다 높다. 따라서 수익률 곡선도 우상향하는 게 보통이다.
◇미국 국채수익률, 곡선 아래로 꺾이면 침체 신호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 국채 금리에는 투자자들의 경제 전망이 반영된다. 단기 국채 금리는 중앙은행 통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장기 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등 중장기 경제 전망에 따라 움직인다. 이 때문에 경기 개선 기대감이 커질수록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는 가팔라지고, 반대의 경우 곡선이 평탄해진다.
그런데 올 들어 수익률 곡선이 급격하게 평탄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해오던 연준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정책 변화에 민감한 단기 국채 금리는 가파르게 오른 반면, 연준의 긴축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국채 금리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만 해도 0.78%였던 2년물 금리는 22일 현재 1.56%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1.63%에서 1.94%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 결과 단기 국채 금리와 장기 국채 금리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수익률 곡선이 점점 더 평탄해지는 것이다. 올해 초 0.85%포인트였던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현재 0.3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익률 곡선이 아래로 꺾여버리는 역전 현상까지 우려하고 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은 ‘경기 침체(recession)’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연구에 따르면 1955년 이후 아홉 번의 경기 침체가 일어나기 6~24개월 전 수익률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이 같은 패턴이 틀렸던 것은 1960년대 중반 단 한 번뿐이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최근 연구 노트에서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이 올해 중반까지 완전히 평탄화된 이후 연말에는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최고경영자) 역시 CNBC에 “연준이 매우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면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수익률 곡선의 형태가 향후 경제를 좌우할 중대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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