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130만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중 21.8%가 음주와 관련된 사고로 추정한다. 매년 28만명이 음주운전 때문에 목숨을 잃는 셈이다. 이런 인명 손실을 막기 위해 각국은 단속 기준과 처벌을 강화해왔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첨단 기술을 통해 음주운전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2008년부터 비영리단체인 교통안전자동차연합(ACTS)과 함께 DADSS(Driver Alcohol Detection System for Safety)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감지해 음주 운전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차 안에 호흡 센서와 터치 센서를 설치해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면 아예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호흡 센서는 운전자가 내뱉는 호흡을 자동으로 감지해 혈중알코올농도를 판별한다. 내뱉는 호흡이 운전자의 것인지, 동승자의 것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 스타트 버튼이나 핸들에 부착되는 터치 센서는 운전자의 손가락 끝에 적외선을 비춰 피부 표면 아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프로젝트에 6500만달러(약 800억원)를 지원한 NHTSA는 2024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치고 빠르면 2026년부터 출시되는 신차에 이 기술을 의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1조2000억달러(약 1451조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에도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이 포함돼 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연구소(IIHS)는 미국에서 음주운전으로 매년 약 1만명이 사망하고 1940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며, 모든 자동차에 음주 방지 기술이 적용될 경우 9000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민간에서도 음주 운전 방지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아이게이지(EyeGage)는 카메라로 운전자의 눈을 분석해 음주 여부를 식별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운전자가 알코올이나 마약을 복용하면 특유의 안구 움직임이 나타나는데, 이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디에이텍이 국내 최초로 음주 운전 방지 장치를 상용화했다. 전기화학식 센서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파악해 일정 수치를 넘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현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등에 수출하고 있다.
다만 이런 기술을 강제할 경우 대중의 거부감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관건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킬 스위치(엔진 작동을 강제로 정지시키는 스위치) 접근 권한을 법 집행기관에 부여하는 법안에 서명했다”는 가짜 뉴스가 이미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유포 중이다. 오토모티브 이노베이션 스콧 슈미트 부사장은 “음주 운전 센서 같은 새로운 기술, 특히 안전과 관련된 기술은 앞으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기술이 운전자의 자율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대중의 폭넓은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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