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가 지난달 내놓은 ‘글로벌 M&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업들의 인수·합병 거래액은 전년 대비 62% 증가한 5조9000억달러(약 7270조원)에 이른다. 작년 최대 규모의 M&A는 미국 최대 통신사 AT&T의 미디어 사업 부문인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이다. 거래 규모만 430억달러로 지난달 미국 법무부의 독점 금지 심사를 통과하면서 넷플릭스를 위협할 거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탄생을 예고했다. 이 밖에 핀테크, 스포츠 베팅, 철도, 항공기 임대 등 다양한 산업에서 200억달러가 넘는 빅딜이 성사됐다. SPAC을 통한 증시 우회 상장 열풍도 M&A 시장을 달궜다.
그만큼 작년은 M&A 시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던 해였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초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이어나갔고,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덕분에 기업들은 낮은 비용으로 채권을 발행해 M&A에 나설 수 있었다. 팬데믹에 적응하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미래 경쟁을 대비하려는 움직임 역시 M&A의 주요 동력이었다.
원격 근무 보편화 등 디지털 전환이 산업계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 간에 IT 인력 유치 경쟁이 심화된 것도 M&A 열풍에 일조했다. 어렵게 IT 인력을 하나둘씩 채용하느니 차라리 IT 인력이 포진한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것이다. 지난해 약 42억달러를 투자해 46건의 인수를 진행한 IT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가 대표적이다.
뜨거웠던 작년과 대조적으로 올해 M&A 시장은 한파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투자 시장 조사 업체인 BCA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M&A 거래 건수는 거의 2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BCA리서치는 “경제성장 둔화와 주식 수익률 부진, 금리 인상과 강력한 규제 역풍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2월 들어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대규모 러시아 경제 제재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 금융 정보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 세계 기업에서 발표한 M&A 거래액은 296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기업의 국경 간 인수가 작년 대비 26% 줄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거래는 무려 54% 급감했다. 기업의 자금 조달이 그만큼 어려워진 탓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1주일간 미국·유럽·일본 기업들의 자금 조달액은 334억달러로 직전 1주일 대비 4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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