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8%로 내렸다. 다른 기관들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고유가 등 영향으로 올해 3%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깟 성장률 몇 %가 무슨 문제냐고, 성장보다 분배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성장이 정체되면 경제·사회적으로 많은 문제가 생긴다. 특히 심각한 건 제로섬 사회가 된다는 점이다.
제로섬 사회는 1980년 레스터 서로 MIT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다. 제로섬 사회는 사회적 이득의 총합이 제로(0)가 되는 사회다. 누군가 10의 이익을 보면, 반드시 10만큼 손실을 보는 사람이 있다. 이에 비해 비(非)제로섬 사회는 사회적 이득의 총합이 플러스가 된다. 10의 이익을 보는 사람, 2의 이익을 보는 사람, 0으로 그대로인 사람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제로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식의 사회 변화도 어렵다는 점이다. 누군가 사업을 시작해서 돈을 번다면 그만큼 손실을 보는 사람이 존재한다. 손실을 보는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자기가 망한다. 누군가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어떤 식의 변화도 실질적으로 큰 손실을 보는 집단을 만들어낸다. 사회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의 사회 갈등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복지 정책도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누군가를 도우면 내가 그만큼 손실을 본다. 내가 번 돈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은 찬성하는 사람이라도, 내 재산이 줄어들면서 도와주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라고 말할 수도 없다. 내 아이가 성공을 하면, 다른 아이는 더 가난해진다.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조선 사회는 전형적인 제로섬 사회였다. 제로섬 사회에서 누군가 부자가 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가난해진다는 의미이므로, 조선 시대에는 부자를 나쁜 사람으로 여겼다. 제로섬 사회에서는 그나마 현상 유지가 사회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최선의 방안이다. 그래서 서구가 눈부시게 발전할 때 조선은 과거의 도덕과 관습에 매달렸다.
따라서 사회를 발전시키는 최우선 과제는 일단 비제로섬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비제로섬 사회에서 사회 갈등이 감소되고 복지 정책도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사회적 이득의 총합이 늘어야, 즉 경제가 계속 성장해야 비제로섬 사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성장률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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