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 허용이 화제가 됐다. 많은 소비자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중고차 시장이 전형적인 ‘레몬 시장(저급한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레몬 시장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가 1970년 발표한 논문에서 나온 용어다. 그는 이 논문에서 중고차 시장의 사례를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상품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뤘다. 내용은 이렇다. 중고차 거래에서 자동차의 상태가 어떤지 자세한 정보는 판매자만 알고 있다. 구매자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자동차의 상태를 쉽게 판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동차의 내재가치에 해당하는 가격이 아니라 평균적인 가격을 지불하려 할 것이다. 이러면 상태가 좋은 중고차는 밑지고 팔아야 하므로 중고차 시장에서 상태가 좋은 차량은 사라지고, 품질이 낮은 중고차만 거래된다는 게 애컬로프의 이론이다.
실제 거래에선 이보다 좀 더 다양한 양상이 벌어진다. 중고차 판매상들은 중고차의 시세와 중고차들의 개별 상태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반면, 중고차를 이들에게 판매하거나 사려는 개인들은 정보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중고차 판매상들은 정보 비대칭을 바탕으로 중고차를 살 땐 가격을 후려치고, 팔 때는 올려치는 차익 거래를 일으킬 유인이 높다.
구멍가게만 있던 시대, 편의점이 등장하며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나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이런 레몬시장에 대기업이 진입한다는 것은 소비자가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표준이 등장한다는 의미다. 소비재 시장에서 프랜차이즈와 대기업 상품의 등장이 정확하게 이와 같은 역할을 했다. 브랜드의 탄생은 소비자들에게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거래 신뢰성을 확보해주었고, 덕분에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해당 시장이 성장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등장으로 국내 베이커리 시장이 확장되고 그 덕분에 프리미엄 빵이란 틈새 시장이 열린 것을 생각해보자.
결국 이러한 이슈들은 소비자 중심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새로운 시장은 언제나 구 시장에 위협 요소로 작용한다. 구 시장의 참여자들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선은 소비자 후생에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1980년대 후반, 국내에 편의점이 진출하면서 구멍가게 중심의 소매 유통이 편의점 중심으로 전환했다. 구멍가게들의 생존을 걱정해 편의점 진출을 불허했다면 우린 콜드체인을 통한 도시락도, 맥주 네 캔 행사도, 지금 누리고 있는 그 어떤 편의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중고차 시장 개방도 마찬가지다. 여러 파급 효과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후생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WEEKLY BIZ Newsletter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