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브랜드 충성도’라는 말이 죽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 양대 결제사 마스터카드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라자 라자만나르 CMO(최고마케팅책임자)는 WEEKLY BIZ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 포브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MO’로 선정된 적 있는 그는 현재 전 세계 광고주 권익을 대변하는 국제기구인 세계광고주연맹(WFA)의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다.
라자만나르 CMO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마케팅 업계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과 ‘소비자 우선적 사고방식’이라는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은 우리의 세계와 일상이 눈 깜짝할 새에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마케팅은 소비자의 요구와 욕구를 항상 파악하고, 변화하는 선호도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선 ‘판매’보다 ‘봉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마케터와 기업은 어떤 경우에도 소비자들이 처한 상황을 부당하게 이용해선 안 된다”며 “위기 시에 소비자들에게 봉사하며 쌓은 신뢰는 그 생명력이 길다”고 했다.
팬데믹과 함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 등 소비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마케팅 역시 ‘퀀텀 마케팅’ 시대라는 흥미로운 변곡점에 접어들었다고 라자만나르 CMO는 평가했다. 그는 “급증하는 데이터의 활용 방법을 알아내는 마케터는 캠페인 효과와 소비자 참여를 비상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여기에 AI 기술을 결합하면 모든 종류의 데이터에 담긴 중요한 정보를 쉴 새 없이 관찰하고 실시간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고 했다.
퀀텀 마케팅 시대에는 오감(五感)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다감각(multisensory)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라자만나르 CMO는 강조했다. “마케터는 시각, 소리, 미각, 후각, 촉각 등 감각을 총동원해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합니다. 특히 소리는 귀를 틀어막지 않는 한 항상 소비자의 주의를 끌게 마련이죠. 소비자의 정신과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브랜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그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로고와 디자인이 있듯, 사람들이 즉시 인식할 수 있는 청각적 브랜드 정체성인 ‘소닉 브랜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마스터카드가 뮤지션, 음악학자, 작곡가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과 2년간 작업해 소닉 멜로디를 만들어낸 것도 이 때문이다. 2019년부터 마스터카드의 모든 광고는 여섯 음으로 구성된 경쾌한 소닉 멜로디로 끝난다. 마스터카드로 온·오프라인 결제를 할 때에도 소닉 멜로디가 나온다.
라자만나르 CMO는 “소비자가 트위터에 올리는 글 하나로 브랜드를 웃겼다 울렸다 하는 세상에서 소비자들이 언제까지나 우리 브랜드만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며 충성 고객 유지를 위해 마케터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로열티 프로그램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친화력’이다. 그는 “친화력은 브랜드와 소비자의 결합을 유지시켜주는 화학 반응”이라며 “소비자가 무엇을 열광적으로 좋아하고, 어떤 구매 행동을 나타내는지 등 사고방식을 세심하게 이해해야 친화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소비자가 지구 살리기에 열심이라면 마케터는 환경 친화적인 제품과 포장을 제공할 수도 있고, 수익 일부를 환경 보호에 기부할 수도 있다. 그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구매 라이프 사이클 전체에 걸쳐 직관적이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브랜드 충성도에 집착하고 있는 기업들은 질 수밖에 없는 구시대적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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