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에 한 달 가까이 이동 제한과 출입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단 한 명의 코로나 확진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다. 그러자 상하이 금융계에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근무 방식이 등장했다. 바로 ‘사무실 숙식’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상하이 푸둥지구 루자쭈이(陸家嘴) 지역에는 펀드매니저, 트레이더 등 2만명 이상의 금융회사 직원들이 280여 개 오피스 건물에 갇혀 지내고 있다. 사무실에 고립된 직원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들을 보면 사무실 책상과 의자 옆에는 간이 침대나 침낭 등이 펼쳐져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텐센트의 위챗(웨이신·微信)에는 상하이의 한 회사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곳곳에 에어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직원들이 싱크대에서 세수를 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직원들은 영상에서 “기숙사 시절로 돌아간 기분” “샤워를 하려면 물을 끓여야 한다” “코 고는 동료는 따로 재우자”는 등의 대화를 한다.

중국 상하이의 한 금융회사 직원이 사무실 책상 옆 바닥에 침낭을 깔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위챗 캡처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하이시는 지난달 27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28일 오전 5시부터 도시 전체를 봉쇄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상하이 금융회사들은 27일 밤 투자와 거래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들에게 급히 “짐을 싸서 회사에 오라”고 지시했다. 투자와 거래(트레이딩) 관련 업무는 촌각을 다투는 의사 결정이 중요하고, 각종 모니터로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므로 재택근무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소집된 직원들에게 침대와 비상용 키트를 비롯해 라면, 생수 등의 기본적인 식음료를 제공했다. 일부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에게는 숙식 근무 하루당 500~2000위안(약 9만6000~38만5000원)의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직장인들이 집과 회사를 오가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상하이의 코로나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푸둥지구의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언제 가족에게 돌아갈지 알 수 없다”며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자금을 운영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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