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에이브러햄 링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신 질환이다. 일론 머스크는 2017년 트위터를 통해 양극성 장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강박 장애를 앓았고 링컨 또한 대통령 재임 기간 우울증을 앓았다.

한국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같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지만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4.6명(2019년 현재)으로 여전히 OECD 평균(11.3명)의 두 배, 스페인(7명)의 세 배가 넘는다.

맥킨지가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특히 젊은 세대의 정신 건강이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나타났다.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 네 명 중 한 명이 정신적 장애를 호소해 베이비붐 세대보다 세 배가 많았다. 자신의 상태를 공개하는 데 좀 더 개방적인 Z세대의 특성이 반영되었겠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소득과 생계 면에서 젊은 세대에게 미친 불균형과 불안감을 드러낸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과 경영진은 어떤 조치를 해야 할까. 첫째, 낙인을 찍어선 안 된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직원 80% 이상이 정신 건강 문제를 극복하는 데 낙인 방지 캠페인이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고용주 23%만이 실제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월 첫째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정신 건강 홍보 주간인데, 국내에서 이를 챙기는 기업은 많지 않다. 많은 서구 기업은 이 기간 직원들이 정신 건강 관련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공유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둘째, 교육이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나약하다’는 편견이 있다. 서구 기업들은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고 직원들이 정신 질환의 증상과 치료 기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신 건강 응급처치(Mental Health First Aid)나 저스트 파이브(Just Five·직장 내 행동 건강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 프로그램)와 같은 프로그램과 협력하고 있다.

영국 로이즈뱅킹그룹의 웰빙 캠페인이 좋은 예다. 그룹의 이사를 지낸 에드워드 서먼은 6년 전부터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시작했고, 현재 2100명이 넘는 직원이 동료가 도움이 필요할 때면 전문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에는 마음 챙김을 전파하는 CMO(Chief Mindfulness Officer)라는 직책이 있다. 피터 보스텔만 CMO는 가능한 한 많은 직원을 훈련하고 교육해 정신 건강을 광범위하게 다루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차별 철폐를 위한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내 상담 프로그램은 많이 있지만, 직원들이 자유롭게 문제를 공유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개방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업의 리더는 정신 질환을 경시하는 행동과 언어를 삼가야 한다.

이용진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파트너

WEEKLY BIZ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