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IT 업계에서 치열한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구직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두둑한 급여나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넘어 최근에는 채용 전 과정을 2주 안에 끝내거나 서류 전형 결과를 24시간 내에 통보해주는 ‘스피드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가입자 수가 2100만명에 달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난 2월 인재 영입을 위한 채용 캠페인 ‘리크루트 24′를 진행했다. 간단한 설문 방식의 서류 전형을 도입해 지원 24시간 안에 합격 여부를 알려준다. 지원자가 긴 시간을 할애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1~2주씩 기다려 서류 결과를 통보받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한 것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 넥슨도 지난달 신규개발본부 채용 공고를 내며 “지원서 제출 시 24시간 이내에 서류 합격 여부를 안내하겠다”고 공지했다. 미용·의료 광고 플랫폼 ‘강남언니’ 운영사인 힐링페이퍼와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서류 검토부터 코딩 테스트 등의 실무 역량 확인, 면접, 평판 조회, 처우 협의 등 지원부터 입사까지 전 과정을 2주 안에 마무리하는 ‘채용 간소화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리는 1·2차 면접을 하루 만에 끝내는 채용 방식을 2020년부터 시행 중이다.
IT 기업들이 합격 여부를 최대한 빨리 정하려는 이유는 채용 절차가 늘어지는 것을 지원자들이 크게 꺼려하기 때문이다. 채용 관리 설루션 스타트업 두들린이 최근 개발자 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83.5%는 “채용 과정에서 겪은 경험이 입사 여부를 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답했는데, 채용 경험에 긍정적 인식을 주는 요소로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이 ‘빠른 결과 통보’(66%·중복 응답)였다. 이어 ‘상세한 채용 공고’(57.5%), ‘체계적 채용 프로세스’(46.5%) 등이 뒤를 이었다.
유능한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IT 기업들의 아이디어는 이 외에도 다양하다. 펀딩플랫폼 와디즈는 자신이 일하고 싶은 직무를 지원자가 직접 제안하는 ‘자율 포지션 채용’을 도입했다.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플러스는 대기업 최초로 영구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7월부터 해외 원격근무도 허용하기로 했다.
개발자 채용 시장이 철저한 구직자 우위 구조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개발자 구인난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취업전문포털 사람인이 최근 38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4.2%가 “IT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관계자는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해외에도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얼마든지 골라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IT 기업들의 개발자 ‘심기 경호’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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