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날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12% 넘게 떨어졌다. 1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었다.
이날 주가 하락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는 ‘마진콜’ 우려였다. 마진콜이란 금융시장에서 자기 자금 비율이 투자 이전에 정해 놓은 비율보다 떨어질 경우 자기 자금을 충당하도록 요구받는 것을 뜻한다. 즉 레버리지(빚)를 일으켜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돈을 더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머스크의 경우 트위터의 전체 인수 자금(465억달러·약 59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255억달러·약 33조원)을 빌려서 마련하겠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130억달러는 인수할 회사인 트위터를 담보로 하고, 나머지 125억달러는 자신의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빌릴 예정이다. 머스크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약속한 금융기관은 대출금의 5배에 해당하는 620억달러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삼기로 했다. 만약 주가가 30%가량 하락해 대출금이 담보 가치의 35%를 넘어서면 머스크는 마진콜에 응해야 한다. 투자 전문 매체 시킹알파는 “예기치 않은 이유로 테슬라 주가가 떨어져 마진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테슬라 주식을 오랜 기간 보유하고 있더라도 지금 파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한때 월가에서 큰손으로 이름을 날린 한국계 미국인 투자가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마진콜 사태 때문이다. 황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투자사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통해 보유 자산의 5배가 넘는 약 500억달러(약 64조원)를 주식에 투자했다. 이후 이 주식들이 급락하자, 지난해 3월 마진콜 요청을 받았으나 응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아케고스와 거래한 크레디트스위스가 약 55억달러(약 7조원), 모건스탠리는 약 1100만달러(약 140억원)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등락이 심한 원자재 업계도 마진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의 석탄 기업 피바디 에너지는 석탄에 대한 선물 매도(가격이 내리면 수익을 얻음) 계약을 톤당 84달러에 맺었다. 올해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탄 가격이 톤당 442달러까지 상승하자 큰 피해를 봤고, 마진콜 요청을 받았다. 그 규모는 5억3400만달러로 피바디 에너지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 9억5400만달러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민간 경제 싱크탱크인 LAB2050 이원재 대표는 “주식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마진콜에 대한 언급이 과거보다 훨씬 빈번해졌다”며 “특히 머스크나 빌 황 같은 유명 인사까지 마진콜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은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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