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스타트업 핸디의 부사장이던 캐럴라인 차일더스는 2018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여성 기업인 네트워킹 행사에서 매트리스 회사 캐스퍼 부사장 린지 캐플런을 만났다. 의미 없는 연설을 듣고, 진부한 대화를 나누다 오는 그저 그런 행사였다. 여성 임원으로서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며 가까워진 두 사람은 이듬해 제대로 된 여성 기업인 인맥 관리 회사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차일더스는 CNBC에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팀을 관리하는 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지만, 우리 스스로를 위한 커뮤니티는 없었다”며 “흔히 정상에 오르면 외롭다고 하는데, 남자들로 가득 찬 방에서 유일한 여자가 될 때는 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여성 기업인 전용 네트워킹 플랫폼 ‘치프(Chief)’는 최근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벤처 투자 회사 캐피털G로부터 1억달러(약 1274억원) 투자를 받았다. 창업 3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여성 창업자가 세운 기술 스타트업 가운데 최단기간이다. 라엘라 스터디 캐피털G 파트너는 “치프는 여성 경영진의 성공을 돕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치프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창업 준비 과정에서 여러 투자 회사에 거절을 당했고, 법인 설립 조언을 해준 로펌 변호사들마저 “비즈니스 모델을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창업 초기 터진 코로나 팬데믹은 더 큰 타격이었다. 멤버십 회원들을 위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에 클럽하우스를 열고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준비한 것이 모두 허사가 됐다.
이때 빠르게 사업 모델을 디지털로 전환한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슷한 연령대의 10명의 여성을 그룹으로 묶어 여성 임원 출신 코치를 매칭해 비대면으로 토론을 나눌 수 있게 했다. 또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인권변호사 아말 클루니, 디자이너 다이앤 폰 퓌르스텐베르크 등 여성 명사와 함께 가상 공간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열었다. 차일더스는 포브스에 “회원들이 멤버십을 이용하기 위해 도시를 이동할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여성 기업인들의 인적 교류와 경영 지식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을 타고 현재 치프에선 HBO, 나이키, 구글, 골드만삭스, 애플 등 8500개 이상 기업의 여성 임원 1만200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연간 회원권 가격은 부사장급의 경우 5800달러(약 739만원), C레벨(임원급)은 7900달러(약 1006만원)로 비싼 편이다. 그러나 회원의 70%가 회사로부터 멤버십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현재 치프에 가입하기 위해 대기 중인 여성 임원은 6만명에 달한다. 차일더스는 “대기자 명단의 여성이 모두 회원이 되더라도 현재 미국에서 부사장 이상의 직위를 보유한 여성 500만명의 1%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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