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는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 인근에 80에이커(약 9만8000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해 저렴한 주택을 1300채 이상 건설한다는 계획을 지난 4월 발표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가 난데없이 주택 건설에 나선 것은 인력난 때문이다. 디즈니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초기 테마파크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수많은 직원을 해고했다. 방역 조치 완화로 디즈니월드를 재개장했으나 올랜도 지역의 높은 주거 비용 때문에 직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올랜도의 임대료는 지난 2년간 26% 올랐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했는데도 구인난이 계속되자 결국 직원용 주택을 직접 지어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과 인력난을 보다 못한 미국 기업들이 직접 직원용 주택 건설에 나서고 있다.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유니버설 파크 앤 리조트는 지난 3월 주택 개발 회사 웬도버 하우징과 함께 올랜도에 저렴한 주택 1000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웬도버 하우징 CEO(최고경영자) 조너선 울프는 “접객 분야 근로자들이 올랜도에서 집을 찾지 못해 2시간 넘게 통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침실 한 개당 월 400달러(약 50만원) 수준으로 임대료가 책정될 것”이라고 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쿡메디컬도 지난 4월 인디애나주 중남부 전역에 직원을 위한 주택 300채를 짓겠다고 밝혔다. 연간 수입이 4만~7만달러(약 5056만~8847만원) 수준인 중산층 직원들의 주택담보대출 월 상환액을 1000달러(약 126만원)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도 세웠다. 비용 절감을 위해 주택 개발도 외부 건축 업체에 맡기는 대신 회사가 직접 한다. 스티브 퍼거슨 회장은 “직원용 주택에 투자하는 것이 직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돕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글로벌 육가공 업체 JBS 미국 법인은 미국과 캐나다 공장 근처에 저렴한 직원용 주택을 짓기 위해 2600만달러(약 329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텍사스주 캑터스, 일리노이주 비어즈타운, 아이오와주 마셜타운, 캐나다 앨버타주 브룩스 등에 약 18만달러(약 2억2752만원)짜리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팀 셸페퍼 JBS 미국법인 CEO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직원들에게 공장과 가까운 곳에 양질의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면 고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주택을 직접 제공하는 대신 보조금을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독일 제약회사 머크의 미국 자회사인 밀리포어시그마는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모든 생산직 근로자에게 2500달러(약 316만원)의 재배치 수당과 함께 7500달러(약 948만원)의 이주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지난해 8월 도입했다. 근로자는 현금 대신 90일간 호텔 장기 투숙을 택할 수도 있다. 머크 관계자는 “시간제 근로자에게도 이주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례적인 혜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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