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31일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로이터

40여 년 만의 인플레이션에 맞서 가파른 금리 인상을 진행 중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제일 믿는 구석은 ‘강한 고용 시장’이다. 올 초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완전 고용에 가까운 3%대 실업률, 1100만건이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채용 공고 건수 등을 거론하며 빠른 금리 인상 가능성에 군불을 지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2년 만에 처음으로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일)’을 단행할 때도 파월 의장은 “실업자 대비 구인자 배율이 1.9배에 달할 만큼 고용 시장이 매우 강하다”며 “경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국 고용 시장이 식어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의 뚜렷한 증가세다. 이 지표는 지난 3월 마지막 주(3월 27일~4월 2일) 16만7000건으로 1968년 11월 이후 5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둘째 주(5월 8~14일)에는 21만8000건까지 늘었다.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의 최고치로, 시장 예상치(20만건)를 웃돌았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고용 시장 회복이 다소 약해지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구인 건수 중 채용되는 비율(filling rate)’이 오르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미 노동통계국 자료 등에 따르면 이 비율은 작년 말 56.3%에서 지난 3월 58.3%까지 높아졌다. 일자리가 없어도 구직에 큰 관심이 없던 이들이 정부 보조금이 종료되자 다시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채용 비율이 70~80%대를 기록하던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구직자 우위의 고용 시장이 변화하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은퇴자들이 노동 시장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는 상황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2020년 6월 2.1%까지 떨어졌던 ‘은퇴 번복 비율’은 올해 4월 3.2%를 기록하며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3%)을 넘어섰다. 미국 민간 부문 주당 근로시간이 지난 4월 기준 34.6시간으로 작년 말보다 0.2시간 줄어든 것도 최악의 구인난이 완화 중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이 밖에 총 고용자 수가 이미 팬데믹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점, 지난 4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점 등도 강한 고용 시장이 정점을 찍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KB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향후 고용 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일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스케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고용 지표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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