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너지 기업 BP의 로고. 영국 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린 BP 등에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로이터

‘기름값 뛰었으니, 세금 더 토해내라.’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가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걷겠다고 나섰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낸 기업 등에 추가로 물리는 초과 이윤세를 의미한다. 뜻밖에 굴러들어 온 행운에 대한 세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횡재세라 부른다.

영국 정부는 올해 가을 에너지 요금이 더 오를 것에 대비해 석유·가스 기업에 25%의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석유 회사 BP와 셸 등에서 약 50억파운드(약 7조8500억원) 규모의 세금을 걷겠다는 것이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BP와 셸을 포함한 영국의 석유·가스 기업들은 지난해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총 320억달러(약 40조원)의 이익을 올렸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석유·가스 업체들은 변화나 혁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원자재 가격 급등 덕에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며 “횡재세를 걷어 수백만 취약 가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대비 에너지 요금이 약 40% 뛰면서 영국 소비자들은 올해 가구당 평균 2800파운드(약 440만원)씩 에너지 요금을 더 써야 하는 상황이다.

헝가리 정부도 국가 비상 조치의 일환으로 횡재세 카드를 들고나왔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에너지 기업, 보험사, 항공사, 유통업체, 통신사, 제약사 등에 총 8000억포린트(약 2조7000억원) 추가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 재원으로 가계의 에너지 구입 비용을 보조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게 헝가리 정부의 구상이다.

이탈리아 정부도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기업 이익 증가액이 500만유로(약 67억원)를 초과할 경우 전년 대비 10% 높은 세금을 매겨 44억유로(약 5조865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가 지난달 추가 세율을 10%에서 25%로 더 올렸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80억유로 상당의 에너지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며 횡재세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으로서는 이익을 내더라도 어차피 세금으로 나가는데 굳이 투자나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느냐는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 업체는 세금 부담을 생각하면 생산과 공급을 줄이는 게 오히려 이익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업의 투자와 지출을 촉진하려면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언제 어떻게 세금이 부과되는지 사전에 명확히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횡재세 부과는 옳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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