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고기와 함께 전 세계 육류 소비를 이끄는 닭고기 가격이 급등하며 ‘치느님(치킨+하느님)’ 영접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닭고기 가격은 다른 육류와 비교해도 상승세가 확연하다. 미국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닭고기 1㎏당 가격은 3.67달러로 1년 전보다 62.4% 올랐다. 같은 기간 소고기 가격은 18.6%(1㎏당 5.17달러→6.13달러) 올랐다. 한국의 닭고기 가격 지수도 지난 4~5월 연속으로 16%대 상승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블룸버그는 “병아리와 육계 농가는 물론 도·소매점과 음식점 모두 닭고기 가격 상승의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닭고기 가격 상승 때문에 싱가포르에서는 치킨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닭고기 수요의 3분의 1을 말레이시아에 의존하는데, 말레이시아가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해 이달 초 닭고기 수출을 금지하면서 싱가포르에서 닭고기 품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국내에서도 교촌·bhc·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 ‘빅3′가 작년 말부터 잇따라 치킨 가격 인상에 나서며 치킨 한 마리 값이 올 들어 대부분 2만원대 초반으로 올랐다.
최근 닭고기 가격 오름세의 배경에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있다. 세계적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농산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닭 사료비도 크게 오른 것이다. 닭 사료의 핵심 성분인 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0%를 생산하는데, 국제 밀 가격은 t당 280.95달러에서 495.28달러로 지난 1년간 76.3% 올랐다. 그 여파로 지난 4월 국내 가축 배합사료 평균 가격은 전년 대비 15.2% 뛰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농산물뿐 아니라 육계 수출에서도 비중이 높다. 양국(兩國)과 러시아 우방인 벨라루스까지 합치면 2019년 육계 수출량이 총 71만5000t으로 브라질, 미국 등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다.
친환경 소비와 건강 식단이 유행하면서 소·돼지보다 닭고기를 선호하는 식습관이 확산된 것도 닭고기 가격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닭고기의 탄소발자국(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돼지고기의 절반, 소고기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소·돼지고기보다 지방 함량이 훨씬 낮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년간(2000~2020년) 전 세계 닭고기 소비량은 94%(6770만t→1억3120만t) 증가해 소고기(20.6%), 돼지고기(19.2%)를 압도한다. 이 때문에 닭고기 가격 상승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연구자인 미국 뉴헤이븐대학의 브라이언 마크스 교수는 “육계를 포함한 가금류 가격이 향후에도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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