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매니토바주 보세주르 근교 밀밭에서 트랙터가 밀을 수확하고 있다. 원자재와 식량 생산이 풍부한 캐나다는 최근 세계적 인플레이션에도 별 타격을 입지 않고 오히려 무역흑자가 크게 늘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상기후 등으로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자원 부국(富國)과 빈국(貧國)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곡물과 에너지 자급률이 높은 자원 부국들은 경제 활동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큰돈을 주고 해외에서 어렵게 원자재를 들여오다 보니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에 빠지는 양상이다.

시장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롯해 호주,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4국은 곡물과 에너지 자급률이 모두 100%를 넘는 초우량 자원 부국들이다. 호주의 경우 곡물·에너지 자급률이 각각 289.3%, 292%에 달해 가장 여유가 많다. 러시아(곡물·에너지 각각 142.3%·183.7%)와 캐나다(174.9%·167.9%), 인도네시아(105.5%·203.1%)도 매우 높은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곡물·에너지 자급률이 각각 24.1%, 18.3%에 불과하다. 일본(30.2%·6.0%), 벨기에(35.7%·23.7%), 포르투갈(24.9%·28.3%)도 선진국 중 자급률이 특히 낮은 나라로 꼽힌다.

자급률 차이는 경제·금융 성적표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자원 부국인 호주와 캐나다는 올해 월 평균 무역수지 흑자가 각각 115억7000만달러, 23억7750만달러로 과거 5년(2017~2021년) 평균치보다 각각 59억8350만달러, 40억4417만달러 늘었다. 서방 진영으로부터 전방위적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도 막대한 자원을 등에 업고 올해 월 평균 무역수지가 과거 5년 평균보다 85억달러가량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올해 월 평균 무역수지가 각각 66억1233만달러, 85억6822만달러 급감했다.

자료=리피니티브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대부분 국가들과 달리 자원 부국들은 물가도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의 증시가 급락한 것에 비하면 증시도 선방 중이다. 최근 한 달간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증시는 각각 11.9%, 2.1% 상승했다. 국가 간 자원 빈부 격차는 환율로도 파악할 수 있다. 원자재 자급률이 낮은 한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미 달러화 대비)는 6월 한 달간(28일 기준) 각각 4%, 6% 하락한 반면 러시아 루블화는 17.8%나 상승했다. 인도네시아와 캐나다의 통화 가치도 미 달러화 대비 각각 1.8%, 1.7% 정도만 하락하며 선방 중이다.

전쟁과 작황 부진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원 자급률에 따른 국가 간 양극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SK증권 안영진 연구원은 “원자재 문제가 경제에서 안보 이슈로까지 확대되고 있어서 자원 조달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자원 수출국을 투자 대안으로 삼을 만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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