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과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문과생도 소프트웨어나 앱(App)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마치 포토샵이나 파워포인트처럼 마우스 클릭과 드래그 기능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프로그램을 짤 수 있게 해주는 ‘노코드(No Code)’ 기술 덕분이다. 최근에는 발전한 인공지능(AI) 기술로 인해 음성이나 그림만으로도 코딩이 가능한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컴퓨터 언어가 아닌 일상에서 쓰는 말(자연어)로도 코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AI 덕분에 일반 사용자가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노코드 기술은 그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들이 대거 참전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노코드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빅테크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지난 2015년 노코드 플랫폼 ‘파워앱스’를 출시한 MS는 지난해 음성만으로도 코딩이 가능한 서비스를 추가했고, 올해 5월에는 만들고자 하는 웹사이트 디자인을 직접 그려서 올리면 알아서 구현해주는 개발 도구 ‘파워페이지스’를 공개했다. 구글도 지난 2020년 1월 노코드 스타트업 앱시트를 인수하고 이듬해 노코드 기능을 지원하는 AI 플랫폼 ‘버텍스 AI’를 내놓으며 참전했다. 클라우드(원격 컴퓨팅) 서비스 최강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지난 2020년 노코드 개발 플랫폼 ‘허니코드’를 출시하며 시장에 합류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5월 공개한 노코드 개발 도구 ‘파워페이지스’로 만든 웹페이지 모습. 손으로 그린 그림을 AI가 자동 분석해 같은 디자인의 웹페이지로 구현해준다. /마이크로소프트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네이버가 지난 2월 노코드 AI 개발 프로그램 ‘클로바 스튜디오’의 비공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LG CNS도 노코드 개발 도구 ‘데브온 NCD(No Coding Development)’를 작년 3월 무료 공개했다.

노코드 기술 발전의 원동력은 AI다.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파이썬·C·자바 같은 컴퓨터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개발자가 아니면 다루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엔 AI가 인간의 자연어를 컴퓨터 언어로 알아서 번역하거나 기존에 있던 코드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짜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가령 MS 노코드 플랫폼에는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와 세계적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기관) Y컴비네이터 사장을 지낸 샘 알트만이 공동 설립한 AI 기술 연구재단 ‘오픈 AI’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GPT-3′이 적용돼 있다.

때마침 IT 개발자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노코드는 이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는 IT 부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코드 기술의 낮은 단계인 로코드(Low Code·코딩 간소화 기술) 기술을 지난 2020년부터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4년쯤이면 모든 앱(App) 개발 활동의 65% 이상이 노코드나 로코드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한계도 있다. 통상 정해진 플랫폼 안에서 이미 짜여진 코드를 가지고 만드는 방식이라 기초적인 앱과 웹사이트 개발에 특화됐을 뿐 전문화되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무리다. 외부 업체의 코드인 만큼 보안이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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