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분기 잠정 실적을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원으로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 이익은 11% 증가했다. 그런데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 안팎으로 연초 대비 25%가량 떨어졌다.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는데 왜 주가는 하락하는 것일까.
주가는 매출과 이익에 의해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우려, 금리 인상 등 경제 상황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실적과 주가 불일치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매출과 이익이 가리키는 시점과 주가가 가리키는 시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경제 지수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선행지수, 동행지수, 후행지수이다. 선행지수는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이다. 경제심리지수, 재고순환지표, 건설수주액 등이 있다. 동행지수는 현재 경제가 어떤지 보여준다. 광공업 생산지수, 수입액, 소매판매액 지수 등이 있다. 후행지수는 과거의 경제가 어땠는지 말해준다. 소비자물가지수, 취업자 수 등이다.
기업 실적은 대표적인 후행지수다. 지난 분기에 매출과 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 나중에 발표한다. 반면 주가는 전형적인 선행지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래를 예상하면서 투자를 한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사고, 앞으로 안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판다.
즉, 실적은 과거를 말하고 주가는 미래를 말한다. 삼성전자가 올 들어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데도 주가가 하락 추세라는 것은 사람들이 지금은 삼성전자가 잘나가지만 앞으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 상황을 보다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표를 열심히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지표가 선행지수인지 후행지수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지금 경기가 좋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취업자 수는 후행지수이다. 몇 달 전에 좋았다는 뜻이지 지금 좋다는 뜻이 아니다. 소비자물가지수도 후행지수이다. 발표된 물가지수가 올랐다고 현재 인플레이션이 심화된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또는 분기에 그랬다는 것이고 지금 어떤지는 모른다.
경제 예측을 위해서는 재고순환지표, 건설수주액, 주가지수 등과 같은 선행지수를 보다 중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미래를 예측하면서 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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