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2022 세제 개편안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항상 수입이 늘기를 원한다. 정부 수입의 대부분은 세금이기 때문에 결국 정부는 세금을 더 많이 걷는 것을 원한다. 그래야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율 인상이다. 세율을 올리면 정부 수입이 증가해 복지와 공공 기반 시설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런 상식을 깬 사람이 미국 경제학자 아서 래퍼다. 그는 1970년대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통해 세율을 낮출 때 오히려 정부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세율이 높아지면 일정 수준까지는 정부 수입이 증가한다. 하지만 세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세율 증가가 오히려 정부 수입을 감소시킨다. 이 단계에서는 세율을 낮춰야 정부 수입이 증가하게 된다.

래퍼 곡선이 성립하는 이유는 세율보다 국민소득이 정부 수입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1000일 때 10% 세율이면 세수, 즉 정부 수입은 100이다. 하지만 소득이 100일 때 50% 세율이면 세수는 50에 불과하다.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려면 일단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은 세율이 높으면 투자를 잘 하지 않는다. 투자를 해서 돈을 벌어도 그 돈이 모두 세금으로 나간다면 일부러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 고세율→투자 의욕 저하→경제 활동 저하→국민소득 정체→정부 수입 정체의 인과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때 세율이 낮아지면 국민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한다. 그러면 저세율→투자 의욕 상승→경제 활동 증가→국민소득 증가→정부 수입 증가의 메커니즘이 발생한다. 래퍼는 세율을 낮출 때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 오히려 정부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세율 인하의 이론적 논리를 제시했다.

래퍼 곡선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실제 각국의 경험으로 볼 때 세율 인하가 국민소득 증가로 연결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세율 인하가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아 단지 부자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라는 비판도 흔하다.

그런데 래퍼 곡선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래퍼 곡선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래퍼 곡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저세율→여유 자금 증가→투자 증가의 메커니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규제가 많은 사회에서는 여유 자금이 많아도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저세율로 인해 생긴 자금이 투자로 활발히 사용되면 래퍼 곡선이 작동한다.

새 정부는 세금 경감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세율을 낮춘다고 해서 바로 경제가 나아진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여유 자금이 활발하게 투자로 연결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같이 만들어져야 래퍼 곡선이 작동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지 부자들의 주머니만 더 채워주는 세금 인하에 그치고 말 것이다.

래퍼 곡선. X축은 세율, Y축은 세수를 나타낸다. 래퍼 곡선에 따르면, 지나치게 높은 세율은 성장을 저해해 오히려 정부 세수를 감소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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