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미국 대형 유통 업체 월마트는 최근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월마트는 석 달 전만 해도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달 말 이 전망치를 11~13% 감소로 변경했다. 소비자들이 식료품에만 그나마 지갑을 열고, 마진율이 비교적 높은 옷이나 스포츠용품, 전자제품 같은 매대는 그냥 지나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식품·연료 가격 상승세가 우리 고객들의 지출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의류 같은 품목에는 더 많은 세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세계 물가가 급등하고 경기가 식으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도 ‘불황형’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의류와 전자제품 같은 비필수품은 덜 사고,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싼 제품을 찾는 것이다.

◇인플레가 부른 소비 행태 변화… ‘마감 할인’ 식품 동나고 가전제품은 안 사

소비 행태 변화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달러트리 같은 저가 할인점이다. 미국 빅데이터 분석 기관 플레이서닷에이아이(Placer.ai)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판 다이소’로 꼽히는 달러트리·패밀리달러를 포함한 저가 할인점의 방문객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월과 비교해 18.8% 증가했다. 음식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패스트푸드점이 선방 중이다. 일반 레스토랑 방문객은 코로나 전에 비해 15.1%나 감소했지만, 맥도널드와 치폴레 멕시칸 그릴 같은 패스트푸드점은 2.4% 감소에 그쳤다.

국내에서도 불황형 소비가 확산 중이다. 지난달 편의점 세븐일레븐 라스트 오더(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20~30% 할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CU의 마감 할인 서비스 이용 건수도 19.7% 늘었다. 배달료 부담에 배달 대신 매장에 들러 찾아가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GS25에선 지난달 매장 픽업 서비스 매출이 전년 대비 7배 가까이 늘었고, CU도 이용객이 전년 대비 6배 뛰었다.

국내 한 저가형 할인 매장 관계자는 “올 들어 화장품과 속옷 제품군 판매가 20~30%씩 늘었는데, 꼭 사야 하는 상품이라도 좀 더 낮은 가격을 찾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즉석 조리식품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할인 판매를 하고, 이후에도 팔리지 않으면 폐기하는데 최근에는 폐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일부 점포의 경우 예전에는 할인율이 40~50%까지 올라갔지만 최근에는 20~30% 할인만 해도 잘 팔린다”고 했다.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저가형 매장이나 마감 할인 상품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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