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출퇴근용으로 쓰던 경차를 처분하고, 스위스제 전기 자전거를 약 200만원에 중고로 구입했다. 한 번 충전하면 140㎞를 달릴 수 있어서 출퇴근 거리가 왕복 20㎞ 미만인 김씨에게는 배터리 용량도 충분하다. 김씨는 “요즘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차량 운행에 부담이 컸고, 골목길 빌라에 살아서 주차도 힘들었다”며 “전기 자전거를 탄 이후 비용 절감이나 편의성 면에서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친환경 트렌드와 고유가 속에 전기 자전거(e-bike)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212억달러(약 27조원)이던 전 세계 전기 자전거 시장 규모는 올해 273억달러(약 35조원)로 커졌다. 팬데믹을 거치며 지난 3년간 29% 성장한 것이다. 2025년에는 361억달러(약 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 대수도 급증했다. 유럽자전거산업연맹(CEBI)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유럽에서 각각 3000만대, 500만대의 전기 자전거가 팔렸다. 미국에서도 88만대가 팔려 전기차 판매량(48만7000대)의 1.8배에 달했다. 전기 자전거는 2020~2023년 사이 전 세계에 걸쳐 1억3000만대 이상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가격은 점차 하락하고 선택의 폭도 넓어지는 추세다. 일반적인 전기 자전거는 수백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지만, 최근에는 100만원 미만 보급형 제품과 1000만원 넘는 초고가형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독일 스포츠카 업체 포르셰가 지난해 출시한 전기 자전거는 1만700달러(약 1400만원)에 이른다.
전기 자전거의 평균 유지 비용이 연간 30~50달러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유가 시대에 돋보이는 부분이다. 교통 데이터 분석업체 인릭스에 따르면 미국 25개 도시에서 운행하는 차량 가운데 48%는 운행 거리가 3마일(약 4.8㎞) 이하다. 우리나라도 수도권 기준 평균 출퇴근 거리가 15㎞ 안팎이어서 최대 주행거리가 80~90㎞에 달하는 전기 자전거로 충분히 오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시 거주자의 평균 차량 운행 거리는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에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전기 자전거는 전기차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동 킥보드·호버보드·휠 등 다른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비교해도 전기 자전거는 안전성과 규제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때 원동기 면허 소지, 헬멧 착용, 2인 이상 탑승 금지가 의무화된 반면, 전기 자전거는 PAS(페달을 밟아 전기 공급) 방식을 택할 경우 일반 자전거로 분류돼 면허와 헬멧 착용 의무에서 자유롭다.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국내 공유 킥보드 업체들도 최근 전기 자전거 공유로의 피벗(pivot·사업 방향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탑승 인원과 기상 조건에 제약이 많은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대림대 미래모빌리티학과 김필수 교수는 “1000만원 미만의 초저가 전기차가 출시되는 상황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치고는 비싼 가격, 크기가 작지만 배터리를 5~6시간 이상 완속 충전해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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