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 폐지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쉬도록 하는 이 규제는 애초 전통시장과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경제학에서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파레토 효율이다. 누군가에게 이익을 주면서 다른 어떤 집단에게도 손해를 끼치지 않을 때 이를 파레토 효율이라고 한다. 대형마트 휴무는 대형마트에 손실을, 전통상인·소상공인에게 이익을 안기는 정책이다. 손해 보는 측이 존재하기에 파레토 효율적이 아니고, 따라서 좋은 정책으로 판단할 수 없다.

파레토 효율은 절대적인 기준이기는 하나 실제 경제 현실에서 파레토 효율을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어떤 정책으로 이익 보는 집단이 있으면 보통 손해 보는 집단도 있기 마련이다. 파레토 효율 기준을 적용하면 세상의 어떤 정책도 제대로 된 게 없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시된 기준이 칼도·힉스 기준이다. 칼도·힉스 기준에서는 어떤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그에 수반되는 손실보다 클 때 더 좋은 정책으로 본다. 대형마트 규제에서 ‘전통시장·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액 증가분 > 대형마트 매출액 손실’이 성립한다면 이 정책은 정당성을 가진다. 하지만 ‘대형마트 매출액 손실 > 전통시장·소상공인 매출액 증가분’이라면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실제 자료를 보면 대형마트 매출액 손실은 명확하다. 그런데 전통시장과 지역 소상공인 매출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칼도·힉스 기준으로 볼 때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좋은 정책으로 보기 힘들다.

세 번째 기준은 롤스 기준이다. 칼도·힉스 기준은 정책으로 인해 손해 보는 집단을 완전히 무시하는 문제가 있다. 사회적 약자의 삶이 더욱 어려워져도 칼도·힉스 기준에서는 정당한 정책으로 평가받을 여지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롤스 기준에서는 사회적 최약자의 삶에만 초점을 맞춘다. 최약자의 삶이 좋아지면 좋은 정책이고, 이들의 삶이 나빠지면 나쁜 정책이다.

대형마트 규제 관련자 중에서 최약자는 누구일까? 최약자는 대형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전통시장·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보다는 약자이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보다는 나은 처지이다. 롤스 기준에 의하면 대형마트 규제의 최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나아진다면 좋은 정책이고, 이들이 어려워진다면 나쁜 정책이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는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없애거나 소득을 감소시켰다. 롤스 기준으로 봐도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는 나쁜 정책이다.

경제학이 기업이나 가진 자를 위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파레토 효율 또는 롤스 기준에서 보듯, 경제학은 사회적 약자를 해치는 정책을 결코 좋은 정책으로 보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고 말은 하지만, 누가 정말로 사회적 약자인지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 문제일 뿐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 공동행동 발족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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