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국산 수제 맥주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대량생산 제품이 더 이상 선호되지 않는 시대다. MZ 세대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 프랜차이즈에서 만든 빵 대신 골목의 유명 개인 베이커리를 찾아다니고, 프랜차이즈 햄버거 대신 수제 버거집을 찾아 나선다. 맥주 또한 대기업에서 생산한 맥주보다 수제 맥주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들에게 꽤나 큰 골칫거리다.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잠식당하면서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유명 맛집 등과 연계 마케팅을 하거나 소규모 서브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소비가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하는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러한 현상은 쉽게 이해된다. 대량생산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과시할 수는 없으니 남들이 쉽게 소비하지 못하는 특이한 상품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소비자의 세대 효과다. 미국 맥주 시장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수제 맥주에 대한 선호가 평균보다 높고 베이비붐 세대는 낮다. 더 나아가 베이비붐 세대는 수제 맥주가 맛이 없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고, 대기업 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젊은 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온다. 세대에 따라 맥주 맛에 대한 관점도 서로 다른 것이다.

미국 맥주 시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세대 효과는 소비자들이 축적하는 소비의 경험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1978년 홈 브루잉(맥주 자가 양조)을 법적으로 허용하면서 수제 맥주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베이비붐 세대는 젊은 시기에 수제 맥주를 접해보지 못한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수제 맥주가 맛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성인이 된 시점부터 다양한 수제 맥주를 마셔본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들은 수제 맥주에 우호적이다. 결국 젊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에 특별히 관대하다기보다 소비의 경험을 쌓는 인생 초창기의 경험이 이후의 선호도를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재를 판매하는 거대 브랜드 입장에선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나이 든 소비자들은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것이 등장하든 자신과 젊은 시절을 함께한 거대 브랜드에 대한 선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젊은 소비자들은 소비의 경험을 쌓는 그 순간부터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접했으므로 거대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젊은 소비자들이 나이가 들수록 거대 브랜드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당장 다수의 소비자에게 잘 팔린다 하더라도 젊은 소비자의 선호가 높지 않고 재생산되지 못한다면 그 상품과 브랜드는 노화를 맞고 있다 할 수 있다. 대량생산이 천천히 잠식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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