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 앱 틱톡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은 틱톡을 통해 미국 사용자 정보가 유출되거나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이 조작될 수 있다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고, 주요 언론들은 틱톡이 음모론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 대선 때만 해도 틱톡은 젊은 층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앱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미국인이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 더 오랜 시간 이용하는 앱이자 정치적 콘텐츠의 목적지가 됐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글로벌 무대에 등장한 틱톡은 15초~3분 정도 길이의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앱이다. 특출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중국산 앱은 어떻게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쟁쟁한 소셜미디어를 제치고 단 5년 만에 전 세계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를 사로잡았을까. 그리고 스스로를 ‘오락용’이라고 규정하는 이 앱이 왜 서구 정치권의 경계 대상 1호가 됐을까.

◇누구든 유명해질 수 있다

틱톡은 다른 소셜미디어가 10여 년에 걸쳐 이뤄낸 성장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비즈니스오브앱스에 따르면 2018년 2분기 틱톡 이용자 수는 1억3300만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2분기 7억명으로 급증했고, 올해 2분기에는 14억6600만명까지 늘었다. 앱 참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이용 시간 면에선 경쟁자들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는 “지난 2분기 틱톡 사용자는 하루 평균 틱톡을 95분 사용해 전체 소셜미디어 가운데 이용 시간 1위에 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스냅챗(21분)의 4배, 트위터(29분)의 3배, 페이스북(49분)·인스타그램(51분)의 거의 2배이고, 비슷한 동영상 기반 앱 유튜브(74분)보다도 길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400만명이 넘는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비즈니스오브앱스는 전 세계 틱톡 사용자 중 63%를 10·20대로 추정한다.

위챗 등 다른 많은 중국산 소셜미디어가 중국 밖에서 실패한 것과 달리 틱톡이 서구에서 빠르게 안착한 배경에는 영리한 인수합병(M&A) 전략이 있었다. 2017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들여 당시 미국에서 뜨고 있던 립싱크 영상 공유앱 뮤지컬리를 인수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6000만명의 이용자를 그대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봤다.

틱톡의 핵심 콘텐츠인 ‘숏폼(짧은 동영상)’도 콘텐츠 소비 방식이 글자→사진→영상으로 옮겨가는 시대 흐름과 맞아떨어졌다. 무엇보다 틱톡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크리에이터(온라인 콘텐츠 창작자)’가 되길 원하는 Z세대 성향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긴 시간과 고민이 필요한 유튜브와 달리 틱톡에선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앱에서 제공하는 음원을 골라 입힌 후 촬영해 바로 업로드하면 된다. 편집 도구도 틱톡이 자체 지원한다.

틱톡 특유의 알고리즘도 전염성과 중독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다. 팔로잉을 맺은 친구나 구독 채널 콘텐츠를 먼저 보여주는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틱톡의 첫 화면은 ‘포 유(For You)’라는 추천 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이용자가 보고 싶어할 것 같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 알고리즘은 평범한 일반인이 입소문을 타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을 높인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운동선수나 가수 같은 유명인이지만 틱톡커(틱톡에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이용자)는 틱톡커 그 자체로 유명하다. 예컨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틱톡커 중 한 명인 찰리 다멜리오는 틱톡에 립싱크와 댄스 영상을 올리며 인플루언서로 부상했다. 세네갈 출신 카반 람은 작위적인 영상을 풍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하며 1억5000만명에 육박하는 팔로어를 얻었다.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 소장은 “짧은 영상 특성상 한 시간 동안 노출되는 콘텐츠 양이 많기 때문에 틱톡은 이용자 선호도를 분석해 수백, 수천 개의 영상을 추천해 준다”며 “이 과정에서 무명의 틱톡커가 단시간에 ‘벼락 스타’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유명해지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 이 점이 매우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행동만으로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비언어적 콘텐츠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특정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소통하기 편한 것도 글로벌 인기에 한몫했다. 이용자 간 경쟁을 부추기는 다양한 ‘챌린지’도 사용자의 몰입감을 높인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처럼 특정 안무를 추는 모습을 찍어 공유할 수도 있고, ‘방구석 패션 챌린지’ ‘손 뜨개질 챌린지’처럼 그때그때 유행하는 챌린지가 틱톡 안에서 매일 펼쳐진다.

◇가짜뉴스 온상된 틱톡

가볍고, 자극적이며, 전염성 강한 콘텐츠는 틱톡이 선풍적 인기를 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부작용도 함께 낳고 있다. 대표적인 게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틱톡 챌린지 문화다. 기절할 때까지 숨을 참는 ‘블랙아웃 챌린지’, 우유 상자를 쌓고 꼭대기에 오르는 ‘우유 상자 챌린지’, 한 사람의 종아리를 두 사람이 옆에서 동시에 걷어차 넘어지게 하는 ‘스컬 브레이커 챌린지’ 등 위험한 챌린지가 틱톡을 타고 퍼졌다. 블랙아웃 챌린지로 아이를 잃은 미국 학부모들은 “틱톡의 콘텐츠 알고리즘 탓에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블랙아웃 챌린지가 아이들에게 노출됐다”며 틱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짜뉴스도 틱톡 알고리즘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시 틱톡을 통해 수많은 가짜 영상이 확산했다. BBC에 따르면 2400만 조회 수를 기록한 한 영상에는 한 남자가 탱크에 폭발물을 던지는 모습이 담겨있는데 이는 실제 영상이 아닌 게임 영상에서 추출한 영상이었다. 770만건 이상 조회된 한 영상은 예전에 발생했던 다른 분쟁 영상을 마치 지금 벌어진 일처럼 편집한 것이었다.

이런 일은 여러 나라에서 반복됐다. 미국 비영리단체 모질라재단에 따르면 작년 독일 총선 과정에서 한 틱톡 계정은 연방의회를 사칭하며 1만4000여 팔로어를 얻었다. 올해 8월 대선을 치른 케냐에선 선거를 앞두고 틱톡 계정 33개, 130개 이상의 동영상에서 증오를 부추기는 표현과 조작된 내용이 발견됐다. 예컨대 틱톡에 올라온 한 영상은 세제 광고를 흉내 내며 키쿠유, 루오 같은 얼룩을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 단어들은 모두 현지 부족 이름이다. 모질라재단은 “틱톡은 더 이상 단순히 춤추고 립싱크하는 앱이 아니며 정치 콘텐츠를 공유하기 위한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중 하나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영상들이 뉴욕타임스가 틱톡에 알리기 전까지 거의 100만건에 가까운 조회 수를 얻었다. 필리핀에선 올해 대선 과정에서 독재 시대를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미화하는 영상들이 틱톡 특유의 ‘재미있는 영상’으로 포장돼 퍼져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뉴스 공급처로서의 틱톡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전 세계 18~24세 인구 가운데 틱톡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은 15%에 달한다. 주류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에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하지만, 미국·영국에서도 틱톡을 통한 뉴스 소비는 늘고 있다.

영국 미디어 규제 기관 오프콤은 최근 “영국 16세 이상 인구 가운데 틱톡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2020년 1%에서 2022년 7%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16~24세의 젊은 층이었다. 이는 다른 소셜미디어 흐름과는 정반대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해 8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18세 이상 틱톡 이용자 중 29%가 틱톡을 통해 뉴스를 소비해 2020년(22%)에 비해 늘었지만, 트위터(59%→55%), 페이스북(54%→47%), 인스타그램(28%→27%) 등 대부분 소셜미디어에서 뉴스 소비 비율이 하락했다.

미 온라인 매체 복스는 “짧기 때문에 조회 수가 엄청나고 알고리즘 덕분에 팔로어가 한 명도 없어도 입소문을 탈 수 있다”며 “이론적으론 어떤 아이디어든 다음 날 담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틱톡은 (뉴스 같은) 일대다(一對多) 커뮤니케이션에 특히 강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산’이라는 원죄

틱톡을 향한 모든 우려와 경계심의 근원에는 중국산이라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본사는 중국 베이징에 있고, 다른 중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 틱톡이 “중국 정부에 이용자 데이터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해명했고, 아직까지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우려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지난 6월 “중국 안에서 모든 것이 보인다(Everything is seen in China)”라는 틱톡 직원의 발언이 담긴 내부 회의 녹음본을 인용해 중국 본사에서 미국 틱톡 사용자 데이터에 반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있었던 내부 회의 녹음본을 입수한 결과 베이징에서 일하는 한 엔지니어가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마스터 관리자’로 불리는 등 중국 직원이 미국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 이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브렌던 카 위원은 애플·구글에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삭제하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고, 일부 상원 의원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틱톡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영국 의회는 틱톡 공식 계정을 만들었다가 6일 만에 폐쇄했다. 영국 의원들이 “국가 정보가 중국에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비판한 데 따른 결정이다. 지난 7월 뉴질랜드의 트레버 말라드 당시 국회의장도 의원들에게 “바이트댄스와 중국 정부가 기기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며 틱톡 앱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호주와 미국 합작 디지털 보안 업체 ‘인터넷 2.0′은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틱톡이 앱을 실행하는 데 크게 필요없는 데이터를 이용자에게 요청하고 있으며, 이용자가 이를 거부해도 지속적으로 결정 번복을 요청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개인 정보 유출뿐만 아니라 중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하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 시진핑 주석에 대한 비판 글이나 천안문 사태 관련 글을 차단하는 것처럼 틱톡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영국 일간 가디언은 틱톡이 티베트 독립 등을 다룬 콘텐츠를 검열하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틱톡 측은 “다양한 갈등 조장 콘텐츠에 적용되는 지침이었으며 현재는 폐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인터넷 감독 기구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을 통해 중국 테크 기업들로부터 알고리즘 목록을 제공받으면서 이런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틱톡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미국인이 보고 듣고 궁극적으로는 생각하는 것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트로이 목마”라고 말했다.

틱톡은 이런 의심에 맞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과 맺은 이른바 ‘프로젝트 텍사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미국 사용자 데이터 전부를 오라클 클라우드 서버로 완전히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라클과 협력해 틱톡 알고리즘을 감독하는 방안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는 지난 8월 “틱톡 사용자들이 공식적인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틱톡 인플루언서들이 잘못된 정치 콘텐츠를 노출하지 않도록 교육하겠다”는 내용의 방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틱톡에 대한 우려가 중국 회사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외교 정책 분야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틱톡은 궁극적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나 감시 기준이 전혀 없는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틱톡이 스스로를 감독하는 건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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