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터넷 환경인 ‘웹 3.0′이 태동하고 있다. 탈중앙화가 핵심인 웹 3.0은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개인이 직접 데이터를 소유하고, 블록체인, NFT(대체 불가능 토큰), 스마트 계약 등 신기술로 새 인터넷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웹 1.0 시대에 개인과 기업의 관계는 단순했다. 개인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일방향으로 얻었고, 기업은 상품, 서비스 등 고정된 가치를 제공했다. 웹 2.0 시대엔 개인의 역할이 생산자로 확장됐다.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등 이른바 ‘플랫폼 경제’ 안에서 개인도 직접 재화 생산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생긴 부가 가치와 이득은 소수 플랫폼 기업이 독차지했다. 개인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개인 정보나 검색 기록은 페이스북, 아마존, 유튜브 등 플랫폼 회사가 운영하는 서버에 저장됐다. 플랫폼 회사들은 이를 토대로 서비스를 고도화했고, 최근 몇 년 새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개인은 아마존 등과 같은 플랫폼에서 판매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플랫폼 운영 정책 등 주요 결정 권한은 플랫폼 회사에 집중됐다. 인터넷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확장하는 것도 플랫폼 회사의 손아귀에 있었다.
이러한 플랫폼 독점 구조의 대안으로 제시된 웹 3.0은 개인이 데이터 소유권을 갖고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누구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이다. 웹 3.0 시대엔 참여자들이 규칙을 정하고 의사 결정권자로 참여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다. 웹 3.0에서는 개인이 만들어낸 정보가 분산 시스템에 저장되고, 플랫폼 기업의 소유가 아닌 개인 소유이다. 웹 1.0과 웹 2.0이 정보 읽기 및 공개 과정의 민주화였다면, 웹 3.0은 디지털 자산 보유의 민주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떠올려보자. 과거엔 엔터테인먼트사가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킬 때 콘셉트와 멤버 구성, 데뷔곡 등을 모두 결정했다. 프로듀스 101에서는 지원자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시청자 투표를 통해 데뷔 멤버가 결정됐다. 이들 멤버의 활동 수익은 방송사와 엔터테인먼트사가 나눠 가졌다. 웹 2.0의 구조와 비슷한 방식이다. 웹 3.0은 시청자의 역할이 투표자에서 ‘지분 투자자’로 확장되는 구조다. 개인들이 프로젝트 오너로서 멤버나 데뷔곡 등을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되고, 추후 수익도 나눠 갖게 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들도 여러 시도를 내놓고 있다. 예컨대, 미국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올해 초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하면서 NFT 사업을 핵심 신사업으로 선언했다.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매장을 넘어 스타벅스 브랜드에 내재된 디지털화 가능 자산을 NFT를 통해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타벅스뿐 아니라 버거킹, 구찌, 아디다스, 코카콜라, 월마트 등 업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상당수 다국적 기업이 웹 3.0을 구현하는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사회가 웹 3.0 사업 모델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몇 년간은 웹 2.0과 유사한 하이브리드 서비스가 탄생할 것이다. 그러나 성공 사례가 쌓일수록 진화 속도도 빨라진다. 이 과정에서 웹 3.0의 지향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현 시점의 규제 환경이 아닌 퓨처 백(future back), 즉 변화가 마무리된 미래의 시각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현재의 규제와 산업의 경계로 미래를 설계하면 담대한 변화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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