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스타트업이 ‘해상(海上)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배로 운반한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바다의 테슬라’라는 별명을 얻으며 일본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파워X’라는 이름의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3월 일본의 식품 대기업 ‘이토햄’의 창업자 이토 덴조의 손자인 이토 마사히로가 설립했다. 이후 1년 반 만에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등 일본 주요 기업들로부터 50억7000만엔(약 505억원)의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이토 마사히로는 10대에 3D 영상 제작 업체(얍파)를 설립했고, 이를 일본 유명 온라인 쇼핑몰 조조그룹에 매각한 뒤 조조그룹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지내는 등 가업을 승계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하는 재벌 3세로 유명하다.

파워X가 관심받는 것은 일본 최대 조선사 ‘이마바리(今治)조선’과 2025년 공개를 목표로 공동 개발 중인 전기 운반선(船) ‘파워 아크’ 때문이다. 파워 아크는 20피트(약 6.1m) 크기의 컨테이너 배터리를 수백~수천개 실어 나를 수 있는 대형 선박이다.

해상 풍력발전은 먼바다에서 거센 바람으로 풍차 모양의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해저(海底) 케이블을 통해 육지로 가져오는데, 케이블을 설치할 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데다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그래서 케이블 대신 대형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해 배로 실어 나른다는 게 파워X의 아이디어다.

일본 스타트업 ‘파워X’가 개발 중인 세계 최초의 전기 운반선(船) ‘파워 아크 100′의 모형도. 파워 아크 100에는 해상 풍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대형 컨테이너 100개(총 200MWh)가 실린다. /파워X

이 회사가 개발 중인 ‘파워 아크 100′의 경우, 선체 길이 100m의 컨테이너선에 배터리 100개를 실어 한 번에 200MWh(메가와트시)에 달하는 전기를 운반할 수 있다. 2만2000여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 회사는 150m 길이의 ‘파워 아크 1000′, 220m 길이의 ‘파워 아크 3000′도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파워 아크 시리즈의 모든 선박에는 소나(수중 음향장치), 라이다, 기상 센서, 자율 항법 소프트웨어, 충돌 회피 시스템 등 각종 센서가 탑재돼 항해 중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파워X는 파워 아크 100 한 척 건조 비용을 30억엔(약 3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해저 케이블의 설치 비용이 1km당 1억~2억엔(약 10억~2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있다. 해상 풍력 발전소는 풍속이 빠른 곳을 찾아 육지로부터 100km 가까이 떨어진 원거리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워 아크를 운영하려면 건조비 외에 인건비, 배터리 조달 비용 등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에 총비용을 따지면 해저 케이블에 비해 나을 것이 없다는 시각도 있다. 악천후 등으로 선박을 운항할 수 없는 경우 전기 운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테슬라 부사장 출신인 파올로 세루티 파워X 이사는 “경제학적 요소를 기반으로 설계된 매우 합리적인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파워X는 전기 운반선 제조 외에 전기차(EV) 급속 충전용 배터리나 선박·주택용 초대형 배터리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 오카야마현에 일본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내년부터 시험 생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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