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연주

우리 삶은 수많은 의사 결정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최고의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다가 후회하기도 하고, 반대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망설이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수학계의 유명한 ‘비서 문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어느 왕국의 왕이 비서를 찾는다고 하자. 후보를 한 명씩 차례로 면접하고, 그 자리에서 당락을 결정해야 한다. 일단 탈락으로 정하면 번복할 수 없다. 그리고 면접관은 각 후보의 우열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

여기 세 후보 a, b, c가 있다. 능력은 a>b>c 순이고, 면접 순서는 무작위다. 면접관이 무조건 첫 번째 사람을 고른다면, a가 뽑힐 확률은 3분의 1이다. 반대로 면접관이 무조건 세 명을 다 보기로 했다면, a가 마지막 면접 순서에 걸려 뽑힐 확률 역시 3분의 1이다.

만약 면접관이 첫 번째 후보자를 기준으로 삼아 다음 사람이 그보다 나으면 합격, 아니면 탈락시킨다고 해보자. 총 6가지로 가능한 면접 순서 중 abc, acb, cba인 경우 a는 탈락한다. 나머지 bac, bca, cab일 땐 a를 뽑게 될 것이다. a를 골라 성공할 확률이 50%다.

이는 어느 정도 정보를 탐색한 후엔 탐색을 멈추고 결정을 내리는 게 현명함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라는 것은 과연 몇 번일까? 수학자들 계산으로는 선택지 중 37%다. 비서 지원자가 100명이라면 일단 37명까지 면접해 최고점자를 정한 후 그다음으로 들어오는 사람 가운데 그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낙점하는 것이다.

‘비서 문제’에서 탐색군의 비율에 따라 최고의 비서를 뽑을 확률의 변화를 나타내는 그래프. 탐색군을 37%로 잡았을 때 최고의 비서를 뽑을 가능성이 37%로 가장 높다. 이보다 탐색군이 늘어나면 최고의 비서를 뽑을 가능성이 오히려 하락한다.

물론 후보 100명을 다 보고 나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37% 법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인생에서 선택의 기회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령 집이나 중고차를 고를 때 줄곧 구경만 하다가 ‘아무래도 전에 본 물건이 가장 나은 것 같다’고 생각해 돌아가 보면 이미 팔렸을 가능성이 높다. 결혼 상대방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이상형이 나타날 거라는 기대에 혼기를 놓치거나, 헤어진 옛 연인이 최고 배우자감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기 일쑤다.

37% 법칙은 이런 우(愚)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평생 소개팅 상대가 50명이라면 18~19명쯤 보고 ‘눈높이’를 정한 다음 이에 부합하는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사람’이라고 정하는 것이다. 횟수가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정할 수도 있다. 결혼 적령기가 20~40세라면 27~28세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최상의 배우자감일 가능성이 높다.

37% 법칙은 ‘장고 끝에 악수(惡手) 난다’는 우리 속담이 수학적으로 근거가 있음을 말해 준다. 영화 ‘101번째 프로포즈’는 99번 맞선에 실패하고 100번째에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는 내용이다. 낭만적이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현실에서 100번째 맞선에 이상형이 나올 가능성은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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