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왕국’ 미국에선 최근 자동차 대리점을 허물고 아파트나 쇼핑몰 같은 다른 용도로 바꾸는 일이 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차를 온라인으로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도심 목 좋은 곳에 대리점을 유지할 필요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40년 넘게 영업한 자동차 대리점 ‘마틴 캐딜락’ 부지는 내년에 1만8000㎡ 규모의 사무용 건물과 600실 아파트를 갖춘 주상복합건물로 변신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링턴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체가 한 자동차 대리점을 298실 규모의 아파트와 쇼핑몰로 바꿀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주 월넛크리크 지역에서는 도요타 대리점을 허물고 주거용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재개발 후 자동차 대리점은 건물 1층에 소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NYT는 “도심 땅값은 점점 비싸지는 반면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넓은 판매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대리점은 보통 단층 건물로 구성돼 있고 번화가에 들어서 있어 재개발하기에도 좋은 조건”이라고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자동차 대리점 앞에 판매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AFP 연합뉴스

자동차 회사들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에 힘을 싣고 있어 도심에서 자동차 대리점 찾기는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테슬라는 이미 2019년부터 전기차를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2025년엔 전체 출고 물량 중 25%를 온라인으로 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에선 현대차가 작년 출시한 경차 모델 캐스퍼를 전용 웹사이트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전략결정회의에서 “고객이 가격 협상 없이도 차를 살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을 포함해 딜러망 모델을 재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현재 온라인 자동차 판매 비율은 2% 정도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차량의 절반가량이 온라인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로 사라지는 건 대리점뿐만이 아니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캘리포니아주는 이 정책으로 2040년까지 자동차 정비공 일자리 약 3만2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는 엔진오일 교체 같은 수요가 없고, 기존 정비 기술로 전기차를 수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주유소에 미래가 있는가’ 보고서에서 “2035년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 기존 주유소의 최대 80%가 수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며 “초고속 전기차 충전기 설치, 온라인 주문 픽업 장소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는 식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친환경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후방 산업이 찬바람을 맞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2020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2030년 전기차 37만7000대 보급(전체 차량의 약 75%)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주도의 경우 도내 주유소가 2019년 193곳에서 2030년 13곳까지 줄어야 현재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종합 정비소도 2019년 93곳에서 2030년 21곳까지 감소해야 적정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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