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B8면에 실은 왕메이화 대만 경제장관 인터뷰를 준비하느라 이것저것 데이터를 뒤적이다 내심 놀랐습니다. 미국발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고 있고, 대만은 우리와 경제 구조도 유사한 만큼 비슷한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두 나라의 경제 성적표를 비교해 보니 사뭇 대조적입니다. 우리는 물가 상승세가 약간 꺾였다고 해도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6%에 달한 반면, 대만은 2.75%로 꽤 안정적인 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역 수지도 우리는 최근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으로 누적 무역 적자가 300억달러를 넘었지만, 대만은 올해도 흑자를 이어가며 407억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최근 우리 물가 상승과 무역 적자를 고유가와 반도체 경기 부진, 미·중 무역 분쟁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방증입니다.
두 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은 결국 환율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미국을 좇아 기준금리를 올 들어 1%에서 3%로 가파르게 올렸는데도 원화 가치가 연초 대비 20% 넘게 절하됐습니다. 대만은 1.125%에서 1.625%로 완만하게 올렸는데도 절하 폭이 한국보다 작습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한국 2.6%, 대만 3.8%로 벌어졌습니다.
닥쳐올 위기에 대비하는 태세도 다릅니다. B10면에서 다룬 대로 경제 위기가 현실화한다면 빚을 못 갚는 신용 위기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 정보 회사 CEIC에 따르면, 우리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합한 민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이릅니다. 대만은 137%입니다. 위기 때 최후의 보루가 될 국가 채무도 한국 47.4%, 대만 30.2%로 크게 차이 납니다. 우리는 코로나와 저성장, 복지를 핑계로 지난 몇 년간 재정을 물 쓰듯 쓴 반면, 대만은 위기에 대비해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입니다.
이런 차이가 오래 누적된 결과, 대만은 2003년 1인당 GDP에서 추월당한 지 19년 만에 한국을 따라잡을 전망입니다. 이번에 역전당하면 다시 따라잡을 힘이 우리에게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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