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옥석구분’이라고 하면 옥과 돌을 가린다[區分]는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원래는 옥석구분(玉石俱焚), 즉 좋은 것과 나쁜 것 가리지 않고 깡그리 불타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書經)에 ‘곤강산에 불이 붙으면 옥과 돌이 함께 탄다’는 구절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요즘 자산시장을 보면 본래 뜻의 옥석구분이라는 사자성어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말대로 글로벌 채권시장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이고, 주식은 국내외 할 것 없이 연초 가격을 지킨 종목을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중국 주식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 후 나락으로 떨어졌죠. 아파트도 하루아침에 몇억원씩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때 많은 사람에게 인생 역전의 꿈을 안겨줬던 비트코인도 긴 수렁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사람이 집단 우울증에 빠진 듯합니다. 나름 국내외 은행주·배당주·가치주 위주로 자산 배분했다는 한 지인은 파랗게 변한 주식 앱을 내보이며 “살 맛이 안 난다”고 푸념하더군요. 더 큰 문제는 아직도 불길이 잡히려면 멀었다는 점입니다. 나라 밖에서는 강달러를 이기지 못한 신흥국부터 줄줄이 무너지고 있고, 나라 안에서는 부실 대출과 자금 경색으로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차례로 쓰러질 거라는 흉흉한 소문마저 돕니다.
하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시장은 언제나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도 결코 말라붙어 사라진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큰 돈을 버는 건 항상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한 기업과 사람들이었습니다. 공포에 휩싸여 절망하는 대신 옥과 돌을 가리고 차분하게 때가 오기를 기다릴 시기입니다. 워런 버핏 말대로,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흘러가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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