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발언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표현은 무엇일까. 아마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일 것이다. 1996년 12월 5일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이 주식시장의 거품을 우려하며 사용한 이 표현은 이후 자산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해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후 각국 정부가 시장에 주입한 과도한 유동성으로 부동산, 주식, 가상 자산 가격이 하늘 모르고 치솟을 때도 어김없이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버블(거품)은 그린스펀이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훨씬 전부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왔다. 18세기 초 천재 과학자 뉴턴은 역사상 최초의 버블로 알려진 영국 남해회사 주식에 투자해 전 재산의 80~90%를 날린 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들의 광기는 계산하지 못하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왜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자산을 구매하는 비이성적 경제 활동을 반복할까. 한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포모(FOMO) 증후군’이다. ‘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증)’을 줄인 말로, 자신만 세상 흐름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뜻한다.
남을 따라 하고,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내재한 특성이다. 하지만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한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더 극심해졌다. 그래서 집 없는 사람은 ‘벼락 거지’ 신세에 분노하고, 젊은이들은 영영 집 살 기회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영끌과 빚투에 뛰어들었다. 자산 가격이 한층 상승해 주린이, 코린이, 부린이가 유행하자 포모는 자산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졌다. 포모가 사회 전체적으로 넘쳐날 때 비이성적 과열이 되어 버블을 만든다.
자산 시장에서 비이성적 과열이 되풀이되는 이유에 대한 또 다른 설명으로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이란 것도 있다. 어떤 상품이나 자산 가격이 앞으로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 구매에 나서는 현상을 말한다. 내가 아무리 비싼 값에 샀더라도 더 큰 바보에게 더 비싸게 팔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투자자가 몰려들고 가격은 계속 오른다. 하지만 더 이상 비싼 값에 살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가격은 폭락하고, 그제야 사람들은 자기들이 버블 안에 갇혀 있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강세장과 버블을 이끄는 건 숫자로 표현되는 펀더멘털이 아닌 심리이다. 이 시기에는 합리적인 우려가 일반적으로 무시당한다. 반면 투자의 대가들은 강세장 심리가 고조되는 시기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군중심리에서 멀어지려는 경계심을 잃지 않는다. 경제 안팎의 여러 문제로 자산 시장 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포모에 휩쓸리지 않은 사람들은 6%대 저축은행 예금과 고수익 만기 채권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투자는 늘 어렵고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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