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항공사 핀에어 기내에서 승객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핀에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기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기술적 한계와 비싼 요금 때문에 저변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장에 저궤도 위성 수천 기를 거느린 스페이스X가 뛰어들면서 기내 인터넷 대중화 시대가 열릴지 관심이 쏠린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기내 인터넷 기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하나는 지상에 있는 기지국이 쏘는 인터넷 신호를 항공기가 받는 방식이다. 비행기 동체 하부에 장착된 안테나가 신호를 수신하면 기내 와이파이가 작동한다. 휴대전화 기지국에서 신호를 보내 휴대전화가 작동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다만 이 방식은 넓은 바다나 험준한 지형 등 기지국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을 이동할 때는 이용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항공기가 동체 위에 설치된 안테나를 통해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 신호를 받는다. 극지방을 제외하고 지구 어디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설비 유지와 인공위성 이용에 많은 비용이 들고, 평균 3만km 상공에 있는 인공위성과 신호를 주고받기 때문에 여전히 속도가 느리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결국 두 방식 모두 접속 품질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탑승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우리 국적 항공사 중 처음으로 2017년 5월 A350기에 인공위성 방식의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수익은 나지 않지만 고객 편의와 승객 유치 차원에서 제공한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 인터넷 사용 요금은 시간당 11.95달러, 비행 중 무제한 요금은 21.95달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기내 인터넷을 도입한 외국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 승객은 기내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지갑을 여는 것을 꺼린다”며 “항공사가 기내 인터넷 사업으로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은 환상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기내 인터넷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기체 윗부분 납작한 부분이 위성 신호를 받는 안테나다. /스페이스X

그런데도 스페이스X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빠르고 덜 끊기는 기내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면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스페이스X 서비스는 지상 1900km 상공에 있는 저궤도 인공위성에서 인터넷 신호를 쏘기 때문에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또 인공위성 여러 대가 신호를 쏘기 때문에 신호가 도달하지 않는 음영 지역도 적다.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망 구축을 위해 현재까지 소형 위성 약 2700기를 쏘아 올렸다.

스페이스X는 일단 고급 전용기를 상대로 기내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기 설치 비용은 15만달러(약 2억원), 월 이용 요금은 1만2500~2만5000달러(약 1800만~3500만원)로 책정했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진짜 눈독을 들이는 건 일반 여객기 내 인터넷 서비스다. 조너선 호펠러 스페이스X 부사장은 지난 3월 “모든 승객이 집에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리 목표”라며 “기내 인터넷 시장이 발칵 뒤집힐 날이 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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